| 남편이 출장간 사이, 임신한 몸으로 어린 아들을 키우며 마감일이 촉박한 대필 자서전을 붙들고 있는 아정에게 그녀의 철없는 엄마가 찾아온다. 부드러운 험프리 보가트를 좋아하고 딸에게 밍크코트를 사달라고 조르며 바퀴벌레가 무서워 한밤중에 전화를 거는 엄마. 아정은 엄마가 귀찮기 그지없다. 게다가 엄마는 자신이 잊고 있던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다.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자식들에게도 외면당하는 엄마를 동정하며 그녀의 고운 자태를 사랑했던 아정. 하지만 아버지가 임종하던 순간에도 마요네즈를 머리에 바르고 치장에 골몰하던 엄마를 보고 그녀의 동정은 환멸로 바뀌었다. 아정은 아이의 어머니가 된 지금도 그런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
엄마와 딸 사이에는 깊은 감정의 골이 놓여있다. 엄마의 머리맡에 놓인 약봉지도 딸의 마음에 파고들지는 못하며 반대로 바쁘다며 반대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 딸이 원망스러운 엄마. 부딪치면 부딪칠수록 서로의 상처와 갈등은 커져만 가고. 과연 두 사람의 싸움은 언제나 끝날 것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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