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5년, 그렇게 사랑은 시작되었다.
한 달 전부터 선우에게 카라꽃과 함께 아름다운 음악이 전해진다. 발신인을 밝히지 않는 꽃과 음악을 때로는 기다리며 때로는 궁금해하는 선우. 평온하던 그의 일상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어느날 선우는 출근길 마을버스에서 아름다운 지희를 발견한다. 그 순간 선우는 자신을 쉽쓸고 지나가는 거대한 소용돌이 같은 것을 느낀다.
여느 때처럼 퇴근길을 재촉하던 선우의 발걸음이 무언가에 놀란 듯 멈춰선다. 지나치던 꽃집에선 흘러나오는 음악 때문이었다. 매일 아침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던 바로 그 멜로디. 문을 열고 들어선 꽃집, 그리고 그녀. 마을버스에서 선우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아름다운 지희였다. 그녀와의 두 번째 만남, 선우는 비로소 자신의 운명이 거기 있음을 알게 된다.
몇 번의 망설임 끝에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로 결심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사랑합니다! 당신을 꼭 만나야만 합니다!" 이틀 뒤 크리스마스 이브에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는 두 사람. 그러나, 약속장소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인질범의 손에 잡혀있는 애처로운 지희의 모습이다. 절규하는 선우. 결국 그녀는 그렇게 그를 떠나간다.
1998년, 시간으로도 지워지지 않는 사랑이 있다.
그 후, 3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선우를 향해 눈물짖던 지희의 마지막 모습은 잊혀지지 않는다. 울부짖음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가슴 아픈 그 순간. "다시 한번 그녀를 볼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그리고...
1995년, 그녀의 시간으로 지금 그가 돌아왔다.
너무나 간절했던 그의 바람이 시간을 움직인 것일까? 그는 지금 1995년 12월 23일에 서 있다. 3년 전, 그 시간으로 돌아온 것이다. 거리는 온통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으로 난리고, 다가올 1996년에 대한 기대로 들떠있다.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 시간이 없다. 24시간 안에 그녀를 만나야만 한다. 그녀의 꽃집으로 달려가는 선우, 과연 그는 그녀를 살릴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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