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공주(2007, Year of the Fish)
| 뉴욕 차이나타운의 마사지 숍에서 재탄생한 중국판 신데렐라 이야기. 그러나 진정 흥미로운 것은 이런 뼈대가 아니라 거기서 뻗어 나온 풍성한 곁가지들이다. 영화는 뉴욕 속의 중국, 그 속의 퇴폐 마사지 숍, 그 속의 남자 고객과 여성 노동자들 등등 계급, 인종, 성적 주변부의 현실을 형상화하며 신데렐라 이야기를 재구성한다. 이를테면 나쁜 계모는 성노동자들을 착취하는 마사지 숍 여사장으로, 인자한 마법사는 도시의 노숙자 마녀로, 왕자님은 가난한 재즈 뮤지션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다인종 도시인 뉴욕 속 차이나타운의 풍경이 시각적인 재미를 돋우며, 이민자들의 현실과 신데렐라의 판타지라는 극과 극의 설정이 영화에 긴장과 이완을 준다. 현대판 중국 공주님은 왕자님과의 만남으로 신분 상승을 꿈꾸는 대신, 변하지 않는 가난한 일상 속에서도 오직 사랑만을 꿈꾼다. 이 연인들의 해피엔딩이란, 사랑한 대가로 함께 빚을 갚는 것이다. 한층 더 순진해진 신데렐라 이야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랑이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의 논리, 다시 말해 계층 이동의 불가능성을 보여주는 냉혹한 러브 스토리다. <물고기공주>는 실제 배우들의 연기 장면을 촬영한 후, 그 필름을 디지털 페인팅의 지표로 삼는 독특한 애니메이션이다. 실사 극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중간쯤에서 그 각각으로는 포착하기 힘든 극적이고 미세한 표정의 변화나 풍경의 분위기가 생성된다. 마치 현실이 동화의 장막을 거쳐 제3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느낌이다. 이는 한 발은 현실에, 다른 한 발은 판타지에 걸쳐둔, 불균형적이어서 더욱 고단해진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를 표현하는 데 적절한 방식으로 보인다. (남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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