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후와 세기(2006, Syndromes and a Century / Intimacy and Turbulence)
| 이것은 ‘흐름’에 관한 영화이다. 일반적인 영화의 관습적 형식이나, 완결된 구조 모두가 관심 밖이다. 아피찻퐁은 어떠한 ‘흐름’을 만들어 냈는가? 먼저 일상의 대화이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이야기를 끌고 가기 위한 대화가 아니다. 아피찻퐁은 그들의 대화에 귀 기울일 뿐이다. 관습적인 숏/리버스 숏도 무시되고, 영상과 사운드의 분리도 시도된다. 외형적으로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그것은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한 부분일 뿐이다. 여의사 테이(Tei)를 짝사랑하는 토아(Toa), 테이가 호감을 가지고 있는 오키드 농장의 눔(Noom) 사이의 대화도 그렇거니와 치과의사 쁠레(Ple)와 승려 사크다(Sakda) 사이의 대화는 어떤 결말을 향해 달려가거나, 극적인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지 않는다. 그리고, 천천히 움직이는 카메라의 움직임을 통해서도 ‘흐름’을 만들어 낸다. 카메라가 훓고지나가는 공간 자체가 단순한 배경이 아닌, 등장인물들처럼 ‘흐름’을 만들어내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이 흐름에 동참하면 관객은 색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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