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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회색 트럭(2004, The Red Colored Grey Truck / Sivi Kamion Crvene Boje)





무기 밀거래 도중 파는 이와 사는 이 모두 어이없이 죽음을 당하면서 그 이익이 엉뚱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블랙유머로 시작하는 영화는 물 흐르듯 유연한 비주얼 이미지와 더불어 유별난 이야기 전개로 보는 이의 시선을 붙든다. 스크루 볼 코미디와 소위 말하는 아트영화의 황금배분을 선보이는 영화는 드라이브를 좋아해서 트럭을 훔친 색맹남자 - 영화의 제목에 반하는 대사 “색은 내게 의미가 없다”라는 말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 - 와 임신에 대한 충격으로 길 위에서 자살을 결행하려는 여자의 별난 러브스토리를 기본 골격으로 한다. 남녀 간의 갈등이 내전에 의해 탐욕과 폭력으로 물든 시대상황과 적절히 대조되면서 단조로울 수 있는 내러티브에 인종과 사회 문제 같은 풍부한 살을 덧붙인다.

영화는 1991년 유고슬로비아 내전 상황의 적절한 삽입과 색에 대한 의미심장한 메타포, 시간의 비연속성 등으로 관객의 이성과 감성을 자극한다. 이와 같은 자극의 최 정점은 달빛이 내려앉은 호숫가에서 남녀 주인공이 춤을 추고 있는 동안 건너편에 약탈당하고 불 질러지는 농장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이 장면은 두 남녀의 사랑에 대한 확신과 애정이 아이러니하게도 불타오르는 농장의 모습과 병치되면서 변증법적 이야기 전개의 표본을 보여 준다. 예상하는 데로 흘러가는 이야기가 아닌, 적절히 혁신적이며 코미디 안에서 느끼는 삶의 어둠이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스디얀 콜제비크 감독의 데뷔작 <빨간 회색 트럭>은 베를린 영화제에 두 번이나 이름을 올린 베테랑 작가로서의 튼튼한 이야기와 부드러운 촬영, 배우들의 호연, 가슴 울리는 아코디온 소리를 덧 붙여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오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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