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주기 ☆★★☆★★★★☆★★★★★★☆★★★★★★★★☆★★★★★

2003년 10월 13일, 한적한 가을의 어느 고층 아파트. 한가로이 베란다 화초에 물을 주는 황가. 그리고 같은 시간, 도시 변두리의 낡은 집에서 살아가는 60대 노인의 형민. TV 지방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제주 4.3사건 진상보고서 확정 소식'은 두 노인의 닮아있지만 서로 다른 과거를 회상한다. 두 노인의 현재 일상과 그 일상에 묻어 나오는 그들의 기억들이 교차되어 보여지다가 삼돌이네 술집에서 둘의 기억은 한곳에서 만나게 된다. 형민이 영수와 종철을 만나 술잔을 나누는 도중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못 이겨 소리를 치던 중 외치게 되는 아버지의 이름 '김석규'. 다른 자리에서 술을 마시던 황가는 그제서야 생략된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묻어내려 애써왔던 죄의식에 다시 한번 갇히고 마는 것이다. 황가는 봄볕이 들어오는 거실에 안자 옛날앨범을 꺼내어 사진들을 바라본다. 손녀가 그 사진들을 보며 그때의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자 황가는 천천히 고개를 창가로 돌리며 지나간 과거를 다 아는 듯 흰 눈 덮인 한라산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