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내의 사진 현상소에서 일하는 중년의 남자‘싸이’(로빈 윌리엄스)는 10년 동안이나 현상소의 단골손님인 니나 욜킨(코니 윌슨)의 가족사진 속 행복을 훔쳐보며 독신인 자신의 외로움에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러던 싸이는 자신이 단 한번도 느끼지 못한 사진 속 행복에 심취되어 그 행복을 공유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게 되고 심지어 자신이 욜킨의 가족의 일원이라는 망상에 빠져드는데...
어느 날 욜킨의 남편 윌(마이클 바탄)의 외도 장면이 담긴 사진을 발견한 싸이는 극도의 분노를 느끼고 가족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서다.
이 영화의 매력은 단연 로빈 윌리엄스의 변신이라 하겠다. 물론 알파치노와 호흡을 맞춘 인썸니아에서도 삼류추리물 작가로 분해서 어눌한 듯 치밀함으로 형사를 우롱하며 기존의 악역과는 다른 이미지의 악역으로 호연을 펼쳤지만 이 스토커의 악역(?)은 또 다른 현대라는 문명의 피해자인 우리들의 모습을 색다르게 보여준다.
솔직히 말하면 난 이 영화에 스토커라는 제목이 왜 붙었는지, 이 영화가 스릴러인지, 싸이라는 인물이 과연 악당인지, 구분이 가질 안는다.
아무래도 이 영화는 현대라는 문명에 필연적으로 존재 할 수밖에 없는 소외된 우리이웃, 아니 나 자신 (현대인은 누구나 소외된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의 외로움에 대한 심리를 그린 그런 드라마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평범한 드라마처럼 보인다.
아무튼 그런 점에 있어서 감독인 마크 로마넥의 로빈 윌리엄스의 선택은 탁월한 것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누가 로빈 윌리엄스만큼 싸이의 슬픔을 연기 할 수 있을까?
난 왠지 모르게 로빈 윌리엄스의 얼굴에서 우리 하회탈을 떠 올린다. 얼굴 만면에 온갖 해학과 풍자를 담고 있는 하회탈의 그 냉소적 미소는 분명 조선 민중의 한이 서리지 않고서는 만들 수 없는 그런 미소일 것이다.
그런데 로빈 윌리엄스가 그런 하회탈을 닮았다고 억지를 부리는 내 생각은 아마도 그가 배우 같지 않은 서민적이고 친숙한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은 그가 출연한 영화가 대부분 코미디 물에 현대사회에 대한 냉소와 풍자가 담겨있어서 일 것이다.
이 영화는 로빈 윌리엄스의 그 서민적 냉소 뒤에 섬뜩함을 하나 더 숨겨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섬뜩함은 무언가 리얼하다.
물론 여기에는 허연 망막에 시뻘건 핏발을 세우고 피비린내를 쏟아내며 사지절단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그런 고어는 없다.
그래서 이 영화는 더 사실적이다. (어떻게 보면 영화적 포장이 너무 없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현대인이 누구나 앓고 있는 소외에 대한 강박관념, 그 사실적 공포를 로빈 윌리엄스는 보여주는 것이다.
이 영화는 현대인의 집착과 소외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사진은 집착이다.
이 영화는 사진은 우리에게 좋았던 기억과 추억에 대한 기록이라고 말한다. 그런 좋은 추억은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집착을 갖게 한다. 그 매개체가 사진인 것이다.
우리는 사진첩에 그 집착의 매개체들을 소중히 모아 놓고 가끔씩 들춰보며 흐뭇한 미소와 함께 아름다운 시절을 추억한다. 물론 우리는 행복을 선택할 권리가 있고 슬픔은 잊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런데 갑자기 난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만일 이 사회가 질량불변의 법칙이 적용되는 사회라면 행복과 슬픔이 동일한 양으로 존재한다면 내 앨범에 행복만 쌓인다면 생대 적으로 누군가의 앨범엔 슬픔만 쌓이는 건 아닐까? 또 그 반대 상황이 내게 벌어질지도....
쩝.... 별 쓸데없는 걱정을 다하고 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를 찾는다면 그건 아마도 색감의 역할일 것이다. 마크 로마넥 감독은 마돈나와 마이클 잭슨의 뮤직 비디오를 연출한 감독답게 색감에 많은 신경을 쓴 것 같다.
영화에서 싸이가 근무하는 쇼핑몰과 현상소 그리고 그의 집을 둘러싸고 있는 밝고 차가운 느낌의 무채색과 니나 욜킨의 집은 브라운 개통의 따뜻한 느낌으로 대비를 시킴으로 인해 극의 긴장감을 배가시킨 것은 물론 캐릭터를 설명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싸이 집착을 대변하듯 고집스레 매고 다니던 그 촌스런 파란색가방 아직도 눈에 선하다.
반전을 좋아하는 요즘 관객의 입맛에 썩 맞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마돈나와 나인 인치 네일즈의 뮤직비디오를 뉴욕 현대박물관의 영구적인 수집품으로 만들어버린 감독의 연출력에 호기심이 생긴다면 로빈 윌리엄스의 새로운 연기(악역)를 좋아하신다면 한번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총 0명 참여)
1
스토커(2002, One Hour Photo)
제작사 : Killer Films, Catch 23 Entertainment, Laughlin Park Pictures, Madjak Films / 배급사 : 20세기 폭스
수입사 : 20세기 폭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