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에 살어리랏다>는 이용선 감독이 연출한 오랜만에 만나는 국산 성인 애니메이션이다. 주인공 준구는 40대 가장이자 배우이고 현재 대학에서 정교수를 꿈꾸는 연극영화과의 시간 강사이다. 모든 게 잘 풀리지 않는 시점에 행운의 여신이 같은 날 두 번이나 그에게 찾아온다. 시나리오를 보고 펑펑 울 정도로 훌륭한 드라마에 캐스팅과 은퇴를 앞 둔 교수의 비리를 목격해 차기 교수 자리를 준구에게 주겠다고 상황이 동시에 벌어진다. 하필 그 날 초딩 아들이 사고를 저지르고 와이프는 같이 못 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상황에서 준구는 아내에게 차기 교수가 된다고 한다. 이렇게 지러놓았지만 연기를 너무 하고 싶은 준구는 오디션장에 도착하고 다시 고민에 빠진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항상 문제점으로 지적 받는 것이 기술력 등이 아니라 바로 이야기였다. 이전의 대부분에 작품이 그러했고, 연상호 감독이 등장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되긴 했다. <반도에 살어리랏다>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봐야겠다. 중반부까진 준구의 캐릭터에 이입이 되고 긴장감도 꽤 잘 유지되지만 후반부에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 좀 아쉬웠다. 준구와 아들을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의 설정이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림체의 경우엔 호불호가 나뉠 수 있을 것 같은데 디테일한 면이 부족하지만 이야기 전체와는 꽤 잘 어울렸다. 특히 준구의 캐릭터와 성우의 연기까지 잘 맞아떨어졌다. 아쉬운 면이 없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것은 준구와 아들간의 관계였다. 특히 엔딩 장면에서 둘의 대화가 <말죽거리 잔혹사>의 부자의 마지막 대사처럼 무심한 듯 보이지만 서로 간의 관계가 발전되고 있음을 잘 보여줬다. 차기작이 만들어진다면 가족 드라마에 조금 더 집중하는 작품을 만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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