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 오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흥겹게 따라 부르며 택시를 모는 사복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80년을 대표하는 힛트곡을 들으며 CG로 재현된 당시의 서울 시내 거리를 보며 관객은 자연스럽게 그때 그 시절로 빨려 들어간다.
개인택시를 몰며 홀로 어린 딸을 키우는 사복은 데모질을 일삼는(그로 인해 생업에 지장이 있을까 염려에) 대학생 놈들이 영 못마땅해 "사우디 건설 현장에 가 봐야 우리나라가 편한 줄 알지"라고 불평하는 전형적인 소시민이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그런 소시민 택시운전사 김사복이 80년 오월 광주의 현장 안으로 들어가 야만의 시대를 경험하는 이야기이다.
신문과 방송 뉴스에서는 분명 광주지역 무장폭도들에 의해 진압군 사상자만이 발생했다고 했는데, 도대체 지금 여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김사복은 '국군이 시민을 무참히 살육하는' 일들을 보고도 믿을 수가 없다. 심지어 광주 시민들도 자신들이 당하는 폭력의 이유를 모른다(재식은 연신 "도대체 우덜한테 왜 저러는 건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한다) 당황은 이내 공포가 되고,결국 분노와 연대감으로 바뀐다. 영화는 광주항쟁의 실상을 최초로 전 세계에 알린 힌츠페터 기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왔지만, 장훈 감독의 관심은 그가 아니라 택시운전사 김사복과 그가 목도하는 80년 오월 광주의 사람들이다.(사복이 힌츠페터를 광주에 데리고 간 것이 사실이지만, 영화는 거꾸로 힌츠페터가 비극의 현장에 사복을 데려다 놓는 것으로 서사를 재구성한다)
그렇게 2017년 현재의 관객들은 김사복의 눈과 귀를 통하여 오월 광주를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김사복이 그러했듯이 관객들은 (영화를 통하여) 80년 오월 광주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다. 하지만 김사복이 느낀 공포와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슬픔을 감당해야 한다. 그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그 다음은...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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