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인간과 유인원의 대결에서 유인원의 편에 선 영화에 열광하게 될 줄이야. 타인종(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헐리웃에서 이종 주인공에 동일시하는 영화가 만들어 질 줄 몰랐다. 그리고 그 영화가 대중적으로 이 정도의 호응을 받을 줄은 더 더욱 예상하지 못했다.
팀 버튼의 리메이크 조차 철저히 조롱 당했던 '혹성탈출' 브랜드는 프리퀄 삼부작으로 완전히 부활에 성공했다.(이후 오리지널 시리즈가 재차 리메이크될지, 시퀄이 나올지 모르겠으나, 헐리웃이 이 좋은 돈벌이를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이야기의 힘이다. CG 범벅의 규모만 잔뜩 키운 바보같은 스토리의 영화들이 범람하던 성수기 블럭버스터 시장에 <혹성탈출> 시리즈는 철학적 사유까지 불러 일으키는 지적인 작품으로 승부했고 성공했다. 그리고 그 정점은 프리퀄 시리즈 삼부작의 최종장 <종의 전쟁>이다. 기술적 자신감(시저를 비롯 주요 유인원의 클로즈업 장면! 클로즈업은 캐릭터의 영혼을 보여준다)과 작가적 야심이 최고조다. <종의 전쟁>은 미국의 침탈적 역사에 대한 반성을 서사의 중심에 놓았다. 미국(인)의 신화와 역사가 타자의 시점으로 재편된다.
수정주의 웨스턴(감히 존 포드의 수색자를 언급 아니 할 수 없다. 종의전쟁에서 카우보이와 인디언은 그 역할이 뒤바뀐다. 백인 보안관(대령)은 유인원 가족을 몰살했고, 유인원 리더는 복수의 일념으로 그를 뒤쫓는다)으로 시작하여 월남전(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 우디해럴슨이 연기한 광기의 대령은 지목의 묵시록의 커츠 대령에 다름 아니다)의 광기를 거친 후 성경의 신화(엑소더스!)로 거룩하게 마무리된다.
앤디 서키스가 (모션 픽처 기술 경유하여) 연기한 시저는 마치 세익스피어의 비극 서사 속 주인공을 연상시킨다. 비통과 분노, 고귀함과 우아함, 따스함과 냉철함, 복수심과 책임감 등 시저의 다양한 감정이 설득력있게 제시된다. 영화 속 유인원 동료들 뿐 아니라 영화를 보는 관객 모두 시저에게 존경을 표할 수 밖에 없다. 아마도 올 여름 시즌의 진정한 영웅은 이 고전적 서사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꼬마 소녀 노바(Nova)의 존재는 초월적이다. 노바와 루카의 종을 넘어선 감정적 소통은 이 영화의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다. (유인원의 입장에서) 이 이종의 소녀는 새로운 안식처에서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인간의 입장에서 암울한 혹성탈출 오리지널 1편에서 성장한 그녀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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