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밈 샤리프의 <폴링 스노우>는 냉전시대인 59년 모스크바와 92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 스파이물이다. 물론 여기에 멜로가 가미되어있고, 레베카 퍼거슨이 1인 2역을 맡아 궁금증을 자아낸 작품이다. 1959년 모스크바의 이야기는 카티야(레베카 퍼거슨)과 미샤라는 두 미국 쪽 스파이가 샤샤라는 인물에게 접근해 그가 갖고 있는 소련의 기밀 정보를 빼내오는 과정에서 실제 사랑에 빠지는 샤샤와 카티야의 모습을 보여주고, 1992년 뉴욕에선 노인이 된 샤샤와 그의 조카인 로렌(레베카 퍼거슨)이 등장하는데 화가인 그녀는 전시회에 초대를 받아 모스크바로 넘어간다. 아직도 고모를 잊지 못하는 삼촌 샤샤 대신 그녀의 생존과 그 동안의 삶을 조금이라도 알아보려는 맘을 갖게 된다. 모스크바에 도착하자 그녀에게 관심을 갖는 기자의 도움으로 30여 년 전 샤샤가 알지 못했던 진실이 조금 밝혀진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역시나 레베카 퍼거슨의 1인 2역이었다. <미션 임파서블>시리즈에서 처음 봤던 그녀가 주인공으로선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되었다. 정보를 알고 있었음에도 두 인물이 너무나 달라 보여 둘을 매치시키는데 좀 시간이 걸렸다. 헤어스타일, 옷 입는 것 , 메이크업 까지 같은 사람이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동일인임을 쉽게 알아차릴 순 없을 것 같았다. 아무튼 많은 스파이물에서 <폴링 스노우>와 같은 이야기와 캐릭터를 보여줬기 때문에 레베카 퍼거슨의 연기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개인적으론 카티야 역은 맘에 들었지만 로렌의 역이 좀 아쉬웠다. 연기 이전에 캐릭터 자체가 좀 아쉬웠는데 능동적인 척 하는 수동적인 인물이라 그런 느낌이 든 것 같다. 첫 등장에서의 삼촌과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모스크바 기자와의 관계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반면에 카티야는 거꾸로 수동적인 듯 능동적인 캐릭터라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정말 사랑에 빠지고 난 뒤에 샤샤를 보호하려는 그녀의 모습이 그런 느낌을 주었다. 냉전시대가 끝나고 더 이상 나올 것 같지 않을 것 같은 스파이물은 <007>,<본> 시리즈 등에서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지만, 예전처럼 이데올로기가 주요 소재가 아니라 특히 <본>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인간’ 자체에 좀 더 집중한다. <본> 시리즈의 성공으로 수많은 아류작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폴링 스노우>는 오히려 고전적인 스타일의 스파이물이라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 신선함을 기대하기엔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떠오르는 여배우인 레베카 퍼거슨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반가웠다. <걸 온 더 트레인>이라는 신작에서도 등장하는 레베카 퍼거슨이 과연 <미션 임파서블>을 발판으로 스타 반열에 오른 레아 세이두처럼 또 다른 스타가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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