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서기가 주연했던 <서유기>이후 오랜만에 돌아온 주성치가 이번엔 환경을 소재로 한 주성치식 로맨스물을 가지고 돌아왔다. 이야기는 부동산으로 졸부가 된 류헌이라는 남자가 끝도 없는 욕심으로 다른 재벌들과 손을 잡고 ‘청라만’이라는 인어들이 살고 있는 청정지역을 개발하면서 환경을 파괴하기에 이른다. 이곳을 지키려는 인어무리가 류헌을 죽이기 위해 산산이라는 인어를 미인계로 유혹하지만 마치 <색,계>에서 탕웨이와 양조위의 관계처럼 류헌과 산산의 관계가 묘해지면서 후반부에 이르면 각자의 방식으로 결론이 난다. <미인어>는 주성치의 전성기 시절, 그 만의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를 보여줬던 바로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번엔 환경문제를 덧붙여 영화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여전히 동화적인 느낌도 존재했다. 다만 이제 50대 중반이 되어버린 그가 배우로서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출자로서의 주성치는 전작에서도 보여줬듯이 독특한 색깔을 갖고 있다. 조금은 얌전해진 면이 없지 않지만 산산이라는 캐릭터와 문어 캐릭터를 보면 여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이번에도 호불호가 분명히 나뉠 작품이다. 마니아들이 조금 유해진 주성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작가 ‘주성치’의 작품이 좀 더 분명해진 것 같다. 다만 앞서도 말했지만 배우로서 그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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