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긴 변명>은 <우리 의사 선생님>을 연출한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신작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연출부 출신인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 스승(?)이 많이 다루어본 소재의 작품에 도전했다. 주인공 사치오(모토키 마사히로)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고 그에겐 헤어디자이너인 아내가 있다. 오랜만에 휴가를 받아 친구와 여행을 떠나는데 버스 사고로 인해 아내와 그녀의 친구가 죽게 된다. 스타 작가인 사치오에게 많은 언론이 집중하는 와중 아내를 잃은 슬픔보다 수많은 매체들을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집중한다. 그러던 와중 아내의 친구의 남편인 요이치를 만나게 되고, 그의 아이들과 만나게 되면서 사치오는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되고 많은 변화를 이루게 된다. 사치오는 영화가 끝나기 직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부류에 인간이다. 가까운 사람들에겐 징징대고 아내의 죽음 앞에서도 주위에 눈치를 살피느라고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그런데 요이치의 아이들과 만난 후 부터 즉, 자신이 책임을 져야하는 존재(그 책임을 스스로 지게 된다)가 생긴 후부터 조금씩 변화하는 걸 보여주지만 그것도 결국 아내의 부재를 채우려고 하는 어찌 보면 이기적인 행동일 뿐이었다. 자신을 대신할 존재의 등장으로 그는 또 다른 상실감을 느끼게 되고 아이들과 연락을 끊게 되는데 또 다른 상실감이 오히려 타인의 마음(아내)을 진정으로 알게 되는 계기가 되는데 그가 진정으로 성장(어른)했는지는 의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들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지만 니시카와 미와는 주인공의 캐릭터를 전혀 다르게 설정한다. <아무도 모른다>의 엄마나 <걸어도 걸어도>의 큰 아들과 비슷한 모습이긴 하지만 인간적인 면모가 덜 한 느낌이다. 감정적으로 끝까지 주인공을 쉽게 응원하지 못하는 작품도 참 오랜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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