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0년이 지난 데이빗 린치의 걸작 중 하나인 <블루 벨벳>을 스크린으로 처음 보게 되었다. 카일 맥라클란과 로라 던의 풋풋한 모습과 이사벨라 로셀리니의 리즈 시절, 그리고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는 데니스 호퍼를 한 스크린에서 보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다시 했다. 데이빗 린치의 작품은 박찬욱의 작품처럼 언제나 어딘가 모르게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블루 벨벳> 역시 그렇다. 사건의 시작을 잘린 귀를 발견하는 것으로 하다니...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고향으로 돌아온 제프리(카일 맥라클란)은 숲 속 길을 걷다가 사람의 잘린 귀를 발견하고 지역 형사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블루 벨벳’을 부르는 여가수 도로시(이사벨라 로셀리니)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받자 제프리는 묘한 끌림에 이끌려 형사 딸인 샌디(로라 던)의 도움을 받아 도로시 집을 발견하고 몰래 집에 숨게 되지만 도로시에게 들키게 된다. 하지만 항상 불안에 떠는 도로시는 제프리가 오히려 위로가 존재이지만 그녀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프랭크(데니스 호퍼)가 도로시의 집에서 나오는 제프리를 확인하고 도로시의 아들을 숨겨놓은 곳으로 함께 가게 된다. 다시 봐도 30년 전 작품인가를 의심하게 되는 놀라는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제프리와 샌디의 입장에서 보자면 추리스릴러, 멜로 심지어 성장물로서도 볼 수 있고, 도로시와 프랭크의 관계에서 보자면 sm이 가미된 사이코 드라마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만큼 다 각도에서 해석이 될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여전히 명장면으로 뽑히는 로이 오스본의 <in dreams>를 벤이 립싱크하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주인공이 극도로 위기를 느끼는 장면에서 이 아름다운 선율이 흘리는데 오히려 프랭크는 가사를 따라 부르면서 음미하다가 분노로 가득 찬 얼굴로 변하게 된다. 역시 영화에서 정확한 그의 심리 상태를 알려주기 보다는 이런 장면들로 프랭크를 설명하는데 <in dreams>의 첫 가사가 그의 심리를 해석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데이빗 린치는 최근에 필모그래프를 보니 베르너 헤어조그처럼 극영화보단 다큐멘터리 쪽에서 많은 작업을 하고 있다. 물론 이제 70세를 바라보는 노장 감독이지만 그 만의 유니크한 극영화를 한 두 편 정도는 더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게 느껴지는 <블루벨벳>의 재관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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