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의 <마션>은 낯선 땅, 그것도 화성이라는 행성에서 혼자 남겨져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콘셉트만 보더라도 떠오르는 작품이 엄청 많이 있을 것이다. 표류라는 소재는 <캐스트 어웨이>가 가장 먼저 생각났고, 우주에서 표류한다는 점에선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그리고 구출한다는 점에선 <라이언 일병구하기>가 떠올랐다. 근데 여기선 재미있는 것은 라이언 일병이 이 영화의 주인공인 맷 데이먼이라는 점. 우연의 일치지만 흥미로웠다. 현존 감독 중에 자기만의 특별한 영역을 구축하고 그 깊이를 깊게 파고 있는 감독들이 대중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데(예를 들면 제임스 카메론, 크리스토퍼 놀란 등) 이와는 반대로 여러 가지 소재나 주제를 통해 자신의 연출력을 뽐내는 감독들도 있다. 근 20년 동안의 스필버그, 데뷔 때부터 그래왔던 이안, 그리고 리들리 스콧이 이 영역에 속하는 인물이 아닌가하다. 어떤 주제, 소재를 가져와도 기본 이상을 해내는 그는 역시 거장이라 불리만하고 이번 작품에서도 유효했다. 공간과 시간에 대한 고찰은 <인터스텔라>를 비롯한 많은 작품에서 보여줬고, 과연 이 작품은 또 어떻게 다른 영상, 캐릭터와 이야기를 보여줄지 궁금했다. 어쩔 수 없이 영화를 보는 내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떠올랐다. 이야기, 톤 등 많은 부분이 달랐고, 특히나 <마션>엔 ‘할’이 존재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가장 독특한 점은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의 직업이었다. 2~3년 동안의 식량을 구해야만 그는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에서의 그의 직업은 식물학자였다. 그의 직업을 처음 소개하는 위트 있는 쇼트가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왜냐면 주인공이 가장 무섭고 감정적으로 바닥을 칠 때 오히려 유머러스하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표현했을 때 상황과 괴리되는 감정이 신선하고 또한 감정이입도 자연스럽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씨감자를 재배하면서 그는 구조팀을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어김없이 위기는 다가온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맷 데이먼이 좋은 배우와 얼굴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어느 캐릭터를 맡더라도 자신의 역할을 성실하게 해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고, 평소보다 좀 더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보여줬다. 거꾸로 좀 아쉬운 점은 조연들의 캐릭터였다. 30대 여배우 중 최고의 연기력을 뽐내는 제시카 차스테인의 캐릭터가 너무 아쉬웠다. 캐릭터 자체가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그녀가 가진 능력에 비해 캐릭터가 너무 작았고, 우주선을 타고 있는 다른 인물들도 그러했다. <앤트맨>의 수다쟁이 마이클 페냐는 몇 안 되는 장면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지만 <마션>에선 전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헐리웃의 블록버스터 작품들에서 항상 보여주는 낯간지러운 쇼트가 있다. 관제센터에서 주인공이 위기에서 벗어나거나 구출될 때 환호하는 군상들을 롱쇼트와 클로즈업 등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항상 등장하는 데, 관객들의 감동스런 감정을 북돋아주지만 너무나 예상되고 관습적으로 그냥 소비되는 장면이라 아쉬웠는데 거장이라고 할 수 있는 리들리 스콧이 무려 3~4번씩이나 이 장면을 보여준다. 특히나 마지막엔 속으로 설마라고 생각했는데 그 장면이 떡하니 나오니 너무나 아쉬웠다. 이 영화는 헐리웃 최고의 배우들이 등장하고 화성이라는 공간에 대한 매력적인 스펙터클을 갖고 있는 작품이지만 이에 앞서 ‘리들리 스콧’이라는 이름이 가장 앞에서 우리들을 맞이할 것이다. 다소 몇 가지 아쉬운 캐릭터와 연출이 있었지만 상상만 하던 화성의 낮과 밤, 그리고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 반대로 얼마나 큰 존재인지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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