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인지 내일인지 모를 자정에 문을 여는 식당.
아무런 편견 없이 그 누구든 환영하는 가게. 그 안에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볼 수 있고, 서로와 소통할 수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일지라도 그의 삶 가운데 들어갈 수 있고, 나의 삶 가운데 그들을 초대할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 모두에게는 각자의 비밀이 있다.
마스터의 상처처럼....
우리네 인간은 어떠한 상황에서든 새롭게 다시 탄생하지는 못한다. 과거의 나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숙명에 얽혀있으니 말이다. 마스터의 한 쪽 눈에 있는 상처처럼 그 상처를 안고 혹은 외면하며, 아니면 지워가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나폴리탄, 마밥, 카레라이스
어제인지 내일인지 모를 그 곳에서 우리는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섞어가는지도 모른다. 나폴리탄의 면과 바닥의 계란을 섞는 것처럼... 마밥의 찐득한 소스와 밥을 섞는 것처럼... 카레와 밥이 구분되어 있던 그 안을 뒤섞는 것처럼...
그렇게 각각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며 그 상처를 바라보게 된다. 내가 들어간 그 심야식당에서 다른 사람들을 통해 나를 보게 되고, 그 안에서 그외면하고 싶던 상처와 마주하는 것이다. 그렇게 과거의 상처에 고통받던 나는 그 상처와 마주하며 미래의 나로 건너간다. 너무나 밝아 마주할 수 없었던 태양 같던 그 상처는 이제 저녁 노을처럼 내 곁으로 와 나를 감싼다. 혹은 저 아름다운 하늘의 구름처럼, 아니면 풍경을 간지럽히는 바람처럼 뒤섞인다.
그게 우리네 인생일지도...
이전의 상처가 완벽히 아물수는 없다. 비록 상처가 질지라도 그 상처가 새 살이 되어가며 우리는 인생을 살아간다. 너무나 단단했던 딱지가 벗겨지며 드러나는 새 살이 당황스러울지라도 그건 또 다른 나이고, 우리이다. 이제 그렇게 마주한 우리는 한 잔의 술을 기울이며, 같은 음식을 나누며 잔치를 벌인다. 그 행복한 공간 너머로 눈이 쌓인다. 우리의 아픔을 치유하며 딱지가 생기듯이....
별 점 3.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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