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인도의 발리우드 작품들이 조금씩 수입되면서 특유의 뮤지컬 형식의 많은 작품들을 봐왔고 이질감도 점차 줄어들었다. 또한 <슬럼독 밀리어네어><세 얼간이>같은 작품들은 엄청난 흥행을 거두기도 했다. <런치박스>는 뮤지컬적인 요소가 거의 없고 드라마와 캐릭터로 승부하는 작품이다. 여주인공 일라는 점심을 만들어 남편에게 보내고 웬일로 남편은 도시락 깨끗이 비워 보냈다. 하지만 사실 그 도시락은 은퇴를 앞 둔 다른 사람(사잔)에게 전달되었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도시락 속에 쪽지로 넣어주고 받으며 둘은 점점 더 속 깊은 얘기를 나눈다. 아내를 잃고 여생을 홀로 보내는 외톨이 사잔과 남편의 관심 없이 외로운 일라는 쪽지를 통해 서로 교감하고 사랑의 감정까지 느끼게 되는 내용이다. 사잔 역엔 그 유명한 이르판 칸이 맡았고, 여주인공은 처음 보는 배우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도 특유의 음악이 전체를 아우르지만 뮤지컬적인 요소는 다른 인도영화에 비교하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두 인물의 이야기가 관습적인 요소가 있음에도 흥미를 주었고 두 인물의 주변인물들이 이를 잘 받쳐주었다. 인도라서 가능한 이 소재가 로컬무비로서의 장점을 보여주었고, 여기에 더 해 보편성도 있어 다른 나라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엔딩도 열린 결말로 끝나 전체적인 이야기와 잘 어울리는 구성이었다. 마치 영화 <접속>의 구성과 거의 흡사한 작품인 것이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
우리나라도 이 작품처럼 우리만의 재밌는 소재를 찾아 보편성 있는 작품을 만들면 세계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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