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c106507)에 작성한 글을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추억과 감성 두 마리의 토끼를 쫓으려 했지만 결국 모두 놓치고 만 청춘멜로드라마
15세 관람가 / 122분 / 김현석 감독 / 정우, 한효주, 진구, 강하늘, 조복래, 김인권, 김윤석, 김희애..
개인적인 평점 : 4점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제(6일) 대구칠곡CGV에서 관람하고 온 <쎄시봉> 이야기를 해볼려구요. ^^
다들 잘 아시겠지만 <쎄시봉>은 조영남씨, 윤형주씨, 이장희씨, 송창식씨 등의 실제 아지트였던 음악감상실 '쎄시봉'과 관련된 실화에, 오근태(정우, 김윤석), 민자영(한효주, 김희애) 두 가상 인물의 로맨스라는 픽션을 가미 해놓은 1960년대판 <건축학개론>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한데요. <광식이 동생 광태>, <시라노:연애조작단> 등을 연출하신 김현석 감독님께서 시나리오까지 직접 쓰신 작품이죠. ㅎ
■ 김현석 감독님의 연출작들
※ 위 표에 사용된 데이터는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참고한 것임을 밝힙니다.
※ (S)는 서울관객입니다.
언론시사회 후, 국내 영화전문기자분들의 기사 내용을 종합해보면 '매력적인 OST와 함께 나름 즐거운 추억 여행을 선사해주긴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들로부터는 딱히 큰 공감을 얻기는 힘들어보인다.'정도의 평가를 말씀하신 바 있는데요. 과연, 제가 직접 보고 느낀 <쎄시봉>은 어떤 영화였는지, 언제나 그렇듯 지금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도록 할께요. ^^
쎄시봉에서 피고 진 청춘의 로맨스
줄거리 1960년대, 수 많은 젊은이들로 인해 불야성을 이루던 대한민국 최초의 음악감상실 쎄시봉. 1960년대 후반, 쎄시봉의 김춘식(권해효) 사장의 권유로 엄청난 소녀떼를 몰고 다니던 쎄시봉 최고의 인기 스타 윤형주(강하늘)와 혜성처럼 등장해 윤형주와 라이벌 구도를 이루게 된 라이징 스타 송창식(조복래), 그리고 이장희(진구)가 물고 온 음악초짜 근로장학생 오근태(정우)로 이뤄진 트리오 팀이 결성되게 되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이들 앞에 발랄하면서도 시크한 장희의 교회친구 민자영(한효주)이 나타나게 되면서 그녀를 향한 쎄시봉 멤버들의 열렬한 구애가 시작되죠. 과연, 청춘들의 뜨거운 로맨스는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요?? ^^
★ <쎄시봉> 예고편 ★
리뷰 서두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쎄시봉>은 시눕시스나 예고편만 보더라도 누구나 1960년대판 <건축학개론>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 사실인데요. 실제로 제가 극장에서 확인한 <쎄시봉>도 '1960년대에 대한 추억'을 바탕으로 관객들에게 '첫사랑의 감성 코드'를 자극시키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었죠. 하지만 다른 분들은 어떻게 관람하셨는지 몰라도 제가 보고 느낀 <쎄시봉>은 러닝타임 내내 부단히 애만 쓰다가 끝나버리는 안타까운 작품이더라구요. ^^;;
쎄시봉 출신 가수들의 OST와 함께 떠나는 첫사랑으로의 추억 여행
솔직히 전 근태와 자영이의 로맨스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게 되는 중반부까지의 이야기는 꽤 재밌게 관람했었는데요. 정우씨에게 유명세를 안겨준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와 마찬가지로 수더분한 매력을 어필하고 있었던 근태, 그리고 한효주씨가 그동안 숱하게 연기해오셨던 발랄하면서도 시크한 캐릭터의 모습 그대로인 자영이가 펼쳐보이는 로맨스의 매 순간들을 쎄시봉 출신 가수들의 여러 히트곡들과 절묘하게(혹자에게는 '억지스럽게'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지만요. ^^;;) 매치 시켜 놓은 중반까지의 이야기는 분명 평범한 로맨틱코미디 이상의 재미를 저에게 안겨주었거든요.
1960년대를 살아보지 못한 저로써는 스크린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빨간 잉크로 큼지막하게 CIDER라고 찍혀 있는 사이다병이나 십원짜리 동전을 집어 넣는 근태의 하숙집 전화기, 통행금지 사이렌 그리고 경찰들의 복장 단속이나 미도파 백화점 등을 통해 막연하게나마 그 시절을 상상해볼 수 밖에 없었던터라, 과연 <쎄시봉>이 60~70대 어르신들에게 선사해주고 있었던 추억 여행의 농도는 전혀 알 수가 없었는데요. 하지만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자신들의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내고 있었던 정우씨와 한효주씨의 연기와 어우러진 <쎄시봉>의 OST는 충분히 달달한 로맨스를 스크린에 담아내고 있었죠. ^^
중반 이후 급격히 무너져 내리고 만 <쎄시봉>
근태와 자영이의 로맨스가 꽃을 피우게 되는 중반부까지만 하더라도 저로 하여금 만면에 미소를 짓게 만들 정도로 달달한 재미를 선사해주던 <쎄시봉>은 근태와 자영이의 사랑이 위기를 맡게 되는 중반 이후부터는 전혀 다른 영화로 탈바꿈하고 말았는데요. 로맨틱코미디로써의 면모를 보여주던 전반부와는 달리 중반부터는 닳고 닳은 클리셰(관용적 표현)로만 점철된 멜로 즉, 신파 일변도의 이야기만을 관객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결과적으로는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릴 수 밖에 없게끔 만드는 화를 자초하고 있었던 <쎄시봉>이었죠.
사실, 웃음 위주의 전반부와 신파 위주의 후반부로 이뤄진 <쎄시봉>의 내러티브는 <건축학개론>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는데요. 하지만 90년대와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 (저를 포함한) 30대 관객들의 감성을 절묘하게 자극함으로써 커다란 공감대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하며 누적관객 411만1,497명을 기록한 <건축학개론>과는 달리, <쎄시봉>이 담아내고 있었던 60년대와 중장년층의 첫사랑에 대한 추억은 개인적인 경험(60년대의 삶에 대한 경험)이 전혀 수반되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전혀 공감되지가 않더라구요. 역시나 영화는 관객이 얼마만큼 공감하느냐에 따라 작품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공감의 예술인가봐요. ㅎㅎ
한편으로는 <쎄시봉>이 제목과는 달리 대중들이 쎄시봉하면 떠올리게 되는 조영남씨, 송창식씨, 이장희씨, 윤형주씨, 김세환씨 등의 이야기를 다루기보다는, 가상의 인물인 근태와 자영이의 로맨스에만 철저하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던 탓에 60년대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계신 관객분들이라 할지라도 <쎄시봉>의 이야기에 그다지 깊게 빠져드시지는 못하시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
아무래도 음악감상실 쎄시봉에 대한 추억에 집중하자니 타켓층의 연령이 지나치게 높을 뿐만 아니라, 지역적 범위 또한 서울경기 지역으로 매우 제한적인 탓에,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목적으로 근태와 자영이의 로맨스에 집중한 것으로 여겨지는 <쎄시봉>이었는데요. 이건 어디까지나 저 혼자만의 생각일 뿐이지만, 처음부터 <쎄시봉>이 추억과 감성의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한 가지에만 집중해 전력투구했더라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ㅎㅎ
추억도 감성도 무엇 하나 제대로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하지 못하고 있었던 <쎄시봉> 리뷰는 이쯤에서 마치도록 할께요. 모두들 편안하고 행복한 주말 되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