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하여... ★★★☆ <패딩턴>을 보고 나서야, 내가 언제 어디서 봤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1975년 BBC에서 방송했다는 TV 애니메이션 <패딩턴>을 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아무래도 곰 인형을 스톱모션으로 촬영한 TV 애니메이션이 더 귀엽고 더 특별한 세계이기는 합니다만, 영화도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샐리 호킨스, 줄리 월터스, 짐 브로드벤트 등의 배우들이 펼치는 진지한(!) 연기는 영화만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죠. 곰이 사람 말을 하고 사람처럼 행동하는 걸 전혀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세계입니다. 2차 대전 직후의 런던을 예상하고 페루에서 온 패딩턴은 알고 있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영국을 발견하고 당황하게 됩니다. 이제 더 이상 런던은 목에 걸고 있는 도와달라는 팻말 따윈 신경 쓰지 않으며, 마주치는 사람마다 모자를 벗고 인사를 건네는 일도 없어진 말 그대로 도시인 거죠. 그래도 곤란한 사람이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착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패딩턴은 자신을 불쌍히 여긴 브라운 가족의 집에서 지내게 됩니다. 올 겨울에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과 함께 추천하고픈 가족영화입니다. 제가 그다지 전체 관람가의 가족영화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동시에 두 편이 내 마음을 흔들고 있는 게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영화가 그만큼 좋은 건지, 아니면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지. 아무튼, <패딩턴>은 귀엽고 코믹하며 감동을 주는 영화입니다. 전통적 의미에서만이 아닌 새로운 가족에 대해 생각할 여지도 안겨 주고요. 곰 패딩턴의 존재는 너무 노골적일 정도로 이방인, 이주민, 이민족에 대한 은유입니다. 사람들이 패딩턴을 대하는 다양한 방식은 바로 현재 우리들이 이방인을 대하는 자세죠. 기차역에 팻말을 걸고 서 있는 곰을 사람들은 의아하게 보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갑니다. 항상 보는 풍경의 하나인 거죠. 심지어 브라운 씨는 물건을 파는 잡상인일 거라며 눈도 마주치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얘기를 합니다. 런던에 흘러 들어온 불법이든 합법이든 가난한 국가에서 온 이민자의 상징인 셈입니다. 영화는 이방인에 대한 편견을 이야기합니다. 브라운 씨도 그렇지만, 이웃 주민들은 나와는 다른 존재가 근처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 불편해 하고, 패딩턴의 얘기는 믿지 않으려 합니다. 확실히 아이들의 순수함은 어른들보다는 빠르게 패딩턴을 친구로 받아들이고 가족으로 함께 지내려 하죠. 한국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면, 영국보다는 훨씬 어둡고, 폭력적이며 진지한 영화가 되었을 겁니다. 현실이 그러하니깐요. ※ 버킹엄궁 근위병과 패딩턴이 같이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근위병 모자를 곰의 가죽과 털을 이용해 만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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