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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진 않는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
ermmorl 2015-01-09 오후 10:17:53 1503   [0]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고, 편의상 말을 짧게 합니다.

 

또 대사는 일부 틀릴 수 있으나 느낌을 전하기에 충분하리라 판단합니다.

 

마지막으로 오타가 많을 수 있으니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을 적어놓은 것이니만큼 의견을 주시면 감사히 수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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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理論.
사물의 이치나 지식 따위를 해명하기 위하여
논리적으로 정연하게 일반화한 명제의 체계.
(네이버 사전 참조)


아무리 명제를 체계화하고, 논리적으로 정연하게
이야기를 한다고 하여도, 그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진리라고 말을 할 수 있을까?


우습지 않은가. 사물의 이치나 특정 지식을 말함에 있어,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평생의 과업이지, 하나의 문서로
뚝딱 해설되거나 논쟁을 종식할 수 없을 것이다.


어찌 보면 이론이니 논문이니 하는 것들은 다 부질없는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로 혹은 다른 관점이나 더 넓은 관점의
이론들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그러한 부분이 차지할 것 같다.


그러면서도 우리 인간들은 무엇인가를 쉽게 정의 내리고,
단어 하나만으로도 모두를 이해시키고 싶어한다.
단어 하나가 불가능하다면, 최소한의 언어로써 그것을
끊임없이 설명하고자 하며, 지금도 우리는 그러고 있다.


이 영화에 대해서 쓰고 있는 필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것을 만드는 제작기간 동안 함께하지 못했으며, 그 환경과
이야기를 어떻게 꾸려나갔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영화관에서 나오는 마무리가 된 작품을 보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이러한 글을 쓰는 이유라고 한다면
나의 감정을 표현해 보고 싶은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이론이나 논문에 접근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같지만, 지식 자체를 논한다랄까.


그것이 무엇이던 자기 생각, 특정 이론을 겨우 몇 장짜리
문서로 표현한다는 것. 그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같다.


그만큼 우리는 단순하게 설명되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그것을 그렇게 간단하게 말하더라도 바뀌는 것은 없다는 것을
또 우리는 알고 있기도 할 것이다.


스티븐 호킹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의 이론이 무엇이건,
그의 말이 얼마나 정확하고 훌륭한지. 그리고 단순하고 확실하게
표현을 했다고 하여도, 겨우 몇 장짜리 종이쪼가리일 뿐.


그가 다른 것은 몸이 불편한 파슨스병이 걸렸음에도 끊임없이,
그리고 지금도 왕성하게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확실히 그의 이력이 독특하긴 하다. 루게릭병에 걸린 박사.
세상의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그의 이론.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자 선택한 다른 방식의 말하기.


이런 그의 사랑은 어땠을까.
가히 엄청난 능력을 갖춘 사람이니 사랑도 이론적일까?
그렇게 그의 사랑을 보여주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사랑을 이론으로 푼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호르몬적인 부분이라던가, 생물학적 변화 등은
충분히 이론으로써 푸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 감정 자체를 푸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내가 그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을
어떻게 단순한 기호와 말로써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그도 그랬다. 아니 적어도 영화에서는 그랬다.
한 파티에서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고 만난다.
그리고 조금 지나 시작되는 시련.


그 시련이 남들과 다른 시련일 뿐 그 흐름 자체가
독특하거나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의 사랑에 대해서 딱히 새로운 걸 기대하진 않았다.
어릴 적 보았던 스티븐 호킹과 관련된 책을 통해서 충분히 알았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특별할 것 없는 사랑이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았다.


우리는 각자의 사랑이 전부 독특하고 아름답지만, 너무나 익숙하다.
그의 사랑도 우리와 다를 것이 없고, 그래서 너무 익숙하다.


그의 병이 문제가 된다고 할 수도 있지만, 다른 이들을 보자.
꼭 그 장애가 아니어도 우리는 늘 새로운 장애와 마주한다.
이 영화를 통해서 보여주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


사랑의 아름다움? 스티븐 호킹의 사랑? 그들의 새로운 사랑?
정확하게 어떠한 부분을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없는 스토리는
그래서 너무나 정신이 없게 다가온다.


아름다운 비쥬얼로 여러 가지 꾸밈을 가하고, 배우의 열연이 있었다.
하지만 위의 것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중구난방으로 모두를
담아내려 한 시도는 결국 그 어떠한 의도도 파악할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의 사랑은 분명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녀의 헌신은 눈물겨웠다.
그래서 안타깝기도 했다.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슬프게 다가왔다.


아무리 그래도 그들이 새로운 사랑을 만난 것은 결국 불륜이었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것을 전혀 담아내지 못했다.
누군가는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고도 했다. 그리고 그것을
반대하며 '그게 왜 이해가 되느냐'라는 입장도 아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해가 될 만큼 표현이 되질 않았다.
서로 힘이 든 것에 대하여 아무런 말도 나누지 않았고,
어떠한 갈등이 있을 것이라고 보이지도 않았다.


서로 힘든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이해가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들이 겪는 모습은 꼭 사랑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다 해도
어떠한 다큐멘터리나 다른 영화에서도 충분히 겪는 모습이었다.


그들이 왜 서로 다른 사람에게 끌리는지, 그리고 왜 그들을 선택했는지
그들의 사랑이 언제부터 식기 시작한 것인지 등 사랑과 이별에 필요한
요소들이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마치 결핍이 있는 스티븐 호킹의 모습처럼 말이다.


그에게 완전한 모습을 기대하진 않는다. 그 누구도.
하지만 그에게서 완전하지 못한 사랑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도 하나의 사람이고, 그의 감정을 이해하고는 싶다.
그러나 왜 우리에게 그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인가.


사랑이 그 어떠한 이론으로도 설명되지 않음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와 같은 흐름으로 만들어 갔다면, 여기서 끝날 게 아니다.


모든 수식과 이론에는 과정이 있듯, 그들의 모습에도 충분한
과정이 필요했음을 절실하게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은 성공했다.


★ 5개 만점

★★★(스토리 5 연출 6 비쥬얼 8 오락 6 연기 8 총점 6.6)
만남과 사랑, 갈등과 이별 등은 연애를 하면서 필수적으로 꼽히는 요소일 것이다.
물론 이별의 단계까지 가지 않고, 결혼이나 다른 방향의 흐름으로도 갈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랑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아니 사랑도 그렇다.
모든 현상은 단순할 수 없다. 여러 가지 감정과 사건들이 있고, 결과가 뒤따른다.
결국, 어떠한 과정이건 명확한 설명이 어려워서, 정확하게 말하고 싶던 부분을
정확하게 꼽고 이야기를 전개해 갈 필요성이 있다.
영화의 비쥬얼이 훌륭하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이 비쥬얼이
단순하게 모든 것을 아우르길 바랐다면, 그 결과는 실패했다.
 

아무리 칠하는 것이 정교하고 아름다워도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는 않는다. 거기다가 어디가 시작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줄을 그어봤자, 그냥 낙서일 뿐 수박의 근처에도 가지 못할 것이다. 최소한 줄을 긋기 위해 시작점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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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 The Theory of Everything)
제작사 : Working Title Films / 배급사 : UPI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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