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c106507)에 작성한 글을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공감대 형성에 주력한 사회고발영화 / 12세 관람가 / 104분
부지영 감독 /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김강우.. / 개인적인 평점 : 7.5점
안녕하세요? 오늘은 지난 목요일(13일) 메가박스 북대구에서 관람하고 온 <카트> 이야기를 해볼께요. ^^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애정만세>, <나나나: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등 비록 규모는 작지만 국내외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을 연출해오신 부지영 감독님께서 메가폰을 잡으시고, <접속>, <공동경비구역JSA>, <시라노:연애조작단>, <건축학개론> 등을 만든 명필름이 제작한 <카트>는, 언론시사회 때 부터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고용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작품인데요.
<카트>가 그려내고 있는 그녀들의 뜨거운 싸움은 과연 어떠했는지, 언제나 그렇듯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그대로 지금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도록 할께요. ^^
단체 문자로 해고 통지를 받은 그녀들의 외로운 싸움
줄거리 더마트 서대문점에서 계산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입사 5년차 한선희(염정아)씨는 수당 한 푼 없이 하루가 멀다하고 까대기(상품 진열 작업)와 연장근무를 하면서도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은 덕분에, 3개월 뒤 정직원 발령을 앞두고 있는데요. 하지만 정직원으로 발령나면 아들 태영(디오)이의 폴더폰부터 바꿔줘야겠다는 선희씨의 소소한 꿈은, 근로계약해지를 통보하는 짧막한 단체 문자 한 통에 산산조각 나버리고 말죠.
그렇게 더마트 서대문점의 계약직 근로자들이 회사측의 갑작스러운 근로계약해지 통보에 어쩔줄을 몰라하며 발만 동동거리던 그 때, 이전 직장에서도 부당해고를 당해 본 경험이 있는 이혜미(문정희)씨의 주도로 노조를 결성하고 사측과 대화를 시도하는데요. 하지만 사측이 시종일관 그녀들을 무시하며 협상장에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자, 결국 이를 참다 못한 노조측은 파업을 실행하기로 결정하기에 이르죠. 과연, 세상 그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그녀들의 외로운 싸움은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요?
★ <카트> 예고편 ★
아시는 분들은 다들 잘 아시겠지만 <카트>는 지난 2007년에 실제로 벌어졌던 이랜드 홈에버 대량 해고 사태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인데요. 실제 사건 당시, 이랜드 그룹은 2년 이상 근무한 상시고용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악의적으로 홈에버의 비정규직 근로자 700여명을 해고했었죠. 그뿐만이 아니라 비정규직보호법은 시행 이후, 한국 기업들은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용한지 2년이 되기 전에 근로자들을 지속적으로 해고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고용불안을 야기시켜왔구요.
이처럼 <카트>는 근로자들의 파업을 주요 소재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빨간 사람들의 영화'일꺼라 생각하고 계시는 분들도 은근히 많이들 계실 것 같은데요. 하지만 제가 직접 보고 느낀 <카트>는 유별나거나 급진적인 사상에 물든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내 이웃과 우리들이 겪고 있는 혹독한 고용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더라구요.
혹독한 고용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작품
사춘기 아들의 까칠함에 서운해하는 선희씨, 임산부라는 이유 하나로 이전 직장에서 부당하게 해고된 경험이 있는 싱글맘 혜미씨, 딸 같은 동료 직원들을 향해 언제나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강순례(김영애) 여사, 번듯한 4년제 대학을 졸업했지만 번번이 면접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있는 김미진(천우희)양, 가족처럼 함께 일하던 동료들의 억울한 처지를 가슴 아파하면서도 자신에게도 화가 미칠까 싶은 마음에 침묵을 지키는 인사팀 강동준(김강우) 대리, 하루 아침에 부당해고 된 그녀들의 삶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내 일자리 내 가정만 지키면 그만이라는 최과장(이승준), 회사가 직원 하나 마음대로 못 자르면 그게 회사냐고 당당하게 외치는 조상훈 점장, 미성년자 아르바이트생인 태영이의 알바비를 떼 먹는 것도 모자라 폭언과 욕설까지 퍼붓는 악덕 편의점 점주 등등 <카트>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우리 주위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이웃들의 모습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바로 우리 자신들의 모습 그 자체였는데요. 이처럼 <카트>는 지극히 일상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영화 속 이야기에 공감하고 또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고 있었죠.
여기에 덧붙여 <카트>는 무단 점거 농성 와중에도 서로를 걱정하고 따뜻한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들의 모습 등과 같은 희극적 장치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마트를 무단 점거한 그녀들이 급진적인 사상에 물든 빨간 사람들이 아닌,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보통 사람들임을 효과적으로 강조하고 있기도 했구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카트>는 실제보다 순화되었으면 순화되었지 결코 과장되지 않은 우리 사회의 혹독한 고용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직장인들로부터는 직종과 처지를 넘어선 깊은 공감대를 끌어내고, 아직 사회 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게는 대한민국의 살벌한 고용현실을 직시하게끔 만들어주고 있었는데요. 실제로 제가 관람한 상영관에서도 디오군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것으로 추측되는 여러 소녀떼들이 언제부터인가 탄성과 함께 눈물을 훌쩍이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거든요. (설마, 순전히 극중에서 매 맞는 디오군의 모습 때문에 속상해서 운건 아니겠죠?? ^^;;)
비정규직 600만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슬픈 단상
얼마 전, 우리 나라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가 600만명을 넘어섰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요. 이는 우리나라 전체 임금노동자의 32.4%에 달하는 수치라고 하네요. (일부 언론에서는 실제 비정규직은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기도 하구요.) 이처럼 영화 속 그녀들처럼 연장근무수당 미지급(이는, 지난 9월 19일에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관련 개정법으로 보완되긴 했지만, 현실을 그렇게 녹록치 않죠.) 등과 같은 정규직과의 부당한 차별은 물론이거니와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고용불안을 감내하며 하루하루를 버텨가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더이상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일반적인 경우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가슴 아픈 단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 바로 <카트>더라구요. ㅠ.ㅠ
최근 몇 년간 한국 영화계에서도 다양한 주제와 작품색을 지닌 사회고발영화들이 꾸준히 만들어져 왔었는데요. 올해 개봉한 작품중에서만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들의 지독한 냄비근성을 향해 완곡한 힐난을 퍼붓고 있었던 <제보자>를 비롯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편견을 각기 다른 모습으로 그려낸 퀴어무비 <하이힐>과 <도희야>, 청소년들의 성폭력 문제를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었던 <한공주>와 <방황하는 칼날>, 그리고 역시 청소년 폭력 문제를 애잔하게 그려낸 <우아한 거짓말> 등 꽤 많은 사회고발영화들이 극장에 걸렸었죠.
하지만 이들 모두 작품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를 각자 나름대로 효과적으로 그려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하이힐>은 빼구요. ^^;;), 이들 중 흥행에 성공했다고 할 만한 작품은 단 한 작품도 없었는데요. <카트> 역시도 수험생들의 극장 러시에도 불구하고 어제(14일)까지 18만9,256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구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일뿐이지만, <카트> 속 '제발 저희 이야기를 들어주세요!!'라는 절규처럼, 그들의 목소리에 우리 모두 귀 기울이고 또 함께 노력하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비록,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의식 있는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그려내고 있었던 <카트> 리뷰는 이쯤에서 그만 마치도록 할께요. 모두들 편안한 주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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