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부산에서 놓치신 분들이 꽤 계실겁니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받은 이유도 있겠지만 레아 세이두와 아델 에그자르코폴로스의 정사씬이 파격적이라는 소문도 한 몫 했지요.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도 작용해서 국내 개봉이 수월하지 못 할 거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별 탈 없이 극장에 걸리게 됐죠. 제목에서 좀 혼란스러우셨을 겁니다. 대부분의 팬들은 이 영화의 제목을 <아델의 이야기 1부와 2부>로 알고 있었을테니까요. <가장 따뜻한 색, 블루>로 바뀌니까 또 다시 국내 상업영화계의 폐해가 예술 영화를 물들어버린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드셨겠지만 사실 이 영화의 원작의 제목이 <Le bleu est une couleur chaude>, 즉 <파란색은 따뜻하다>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국내 제목이 원작과도 맞아 떨어지는 거죠. 그럼 <아델의 이야기 1부와 2부>는 어디에서 나온 제목인가.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이 쥘리 마로의 그래픽 노블을 영화로 각색하면서 제목을 변경한 겁니다. 이유는 감상을 마치고 나면 알게 되는데 아델이라는 이름이 주인공 본명과 동일한 것도 눈치채셨을거에요. 쥘리 마로의 <Le bleu est une couleur chaude>은 어찌 보면 평범한 로맨스물입니다. 클레망틴이라는 소녀가 엠마를 만나면서 자신에게 '동성애'가 있다는 걸 알게 되죠. 예상대로 클레망틴과 엠마는 LGBT(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싸워야 되고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고통과 치유가 반복됩니다. 저에게는 통속적인 흐름이었어요. 압델라티프 케시시는 클레망틴(영화에서는 아델)를 주체로 이끌어갑니다. 아주 집요하게 아델을 카메라로 쫓아다니는데 트루먼쇼가 아닌 아델 쇼라고 해도 믿을 정도지요. 파스타를 먹고 콧물을 흘리고 이유 없이 눈물이 나오고 종잡을 수 없는 성적 욕망 등이 모두 영상으로 비쳐지는데 보다 보면 제가 다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사방의 카메라들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동성애는 (단순히) 사랑'으로 승화시키려는 일종의 작업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불편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측은하다고 보는게 더 정확하겠죠. 하지만 압델라티프 케시시의 이러한 작업이 설득력은 있습니다. 동성애자나 성적 소수자가 아닌 단순히 사랑을 갈망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3시간에 달하면서 보여준다는 발상 자체가 마음에 든다는 것이죠. 원작에 존재했던 클레망틴의 일기와 이를 읽어내려가는 엠마는 영화에 빠져 있지만 나쁘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물론 쥘리 마로는 굉장히 싫어했다는데 노골적인 섹스씬 때문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클레망틴의 일기를 통해서 엠마의 삶 자체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는 그 의도가 완전히 빠져버렸거든요. 이는 쥘리 마로의 사랑 자체를 해석하는데 있어 큰 시도였을텐데 그게 없으니 맥 빠질만하죠. 역시 큰 화제는 레아 세이두와 아델의 열연입니다. 특히 아델은 자신의 모습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그녀가 보여주는 모습은 지나칠 정도로 리얼리티하죠. 그래서 제가 앞서 아델 쇼라고 하는 거고요. 원작과의 차이는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원작자와의 이런 트러블은 이미 <샤이닝>에서부터 봐왔기 때문에 쥘리 마로 정도면 애교죠. 사실 그 파격적이라는 정사씬도 자극적이라기보다는 중노동으로 보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흐름이 아델의 이야기 중 일부라고 생각하니 또 측은한 마음이 들지만요. *** 영화 감상을 마치고 나면 저녁 식사를 '파스타'로 결정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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