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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하기에 해원은 너무 매력적이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ldk209 2013-03-07 오전 11:06:34 1028   [2]

 

뭐라고 하기에 해원은 너무 매력적이다.. ★★★☆

 

언제나 그랬듯이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익숙한 듯 하면서도 조금씩 변주되는 홍상수의 열네 번째 장편이다. 반복과 차이야 말로 홍상수 영화의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단지 홍상수가 연출한 각각의 영화의 특징을 말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의 연출 이력 전체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홍상수 영화가 매번 비슷한 얘기가 반복되는 것 같지만, 그걸 보여주는 방법의 미묘한 차이 또는 변화가 있어왔음을 의미한다.

 

동일한 현상에 대한 다른 기억, 한 사람이 경험한 동일 사건에 대한 기억의 차이 등을 다뤘던 전작과 달리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꿈과 현실을 대립시키는 새로운 양상을 보여준다. 영화는 잠든 해원으로 시작해 잠에서 깨는 해원으로 막을 내리는 데, 과도하게 해석하자면 이 영화 전체가 해원의 꿈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며, 이런 차원에서라면 이 영화는 홍상수 버전의 <인셉션>일 것이다.

 

해원(정은채)의 엄마(김자옥)는 내일 캐나다로 이민을 갈 예정이다. 엄마는 그곳에서 한국에서와는 전혀 다른 자유로운 삶을 살 것이라며 행복해 하고, 엄마가 떠난 뒤 해원은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교수이자 연인이었던 성준(이선균)과 만나 서촌을 걷다 같은 과 학생들을 우연히 만나 술자리에 합석한다. 성준은 그곳에서 해원이 학생 중의 한 명과 사귀었다는 얘기를 듣게 되고, 남한산성에서 불같이 화를 낸다. 수차례 헤어졌던 이들은 이곳에서 이별을 선고하지만, 친구로부터 성준이 다쳤다는 얘기를 들은 해원은 걱정스런 마음에 성준에게 다시 전화를 건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하 <해원>)은 전적으로 여성 화자에 의지한다는 점에서 <옥희의 영화>, 그리고 동일한 장소를 배회한다는 점에서는 <북촌방향>을 떠올리게 하며, 이 두 영화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상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영화다. 사실 앞에서도 잠깐 말했지만, 매번 홍상수의 영화가 나올 때마다 ‘어차피 비슷한 얘기일 텐데 또 봐야 하나’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보게 되는 건 결국 그 ‘미묘한 차이’에서 발생하는 매력이 아직은 반복에 의한 싫증보다는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해원>에서 알 수 있는 건, 홍상수 영화 속 남자들의 찌질함이 점점 더 심해진다는 점이다. 홍상수가 나이 들어감에 따라 찌질한 남자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한국 남자들이 더 찌질해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영화 속 남자들의 찌질함이 조금 과장되어 표현될지라도 현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모습이라는 점이다.거울을 통해 자신의 더러운 모습을 봤을 때, 대게의 사람들은 물로 깨끗이 씻는다. 그런데 만약 자신의 더러운 모습이 보기 싫다고 거울을 깨는 사람들이 있다면? 홍상수 영화 속 남자들이 찌질함을 보며 화를 내는 건, 바로 거울을 깨는 행위와 비슷한 게 아닐까.

 

<해원>은 정은채라는 여주인공의 매력이 듬뿍 묻어나는 영화다. 누군가도 말했지만, 어쩌면 홍상수가 굳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건 정은채라는 배우를 알게 됐고, 그녀를 스크린에 담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영화 속 해원은 친구들 뒷담화의 가장 좋은 소재로 활용된다. 바로 그녀의 스타일 때문인데,속에 담은 말을 적당히 꾸며 말하지 못하고 솔직하게 내 뱉는 스타일. 이는 어릴 때 외국에서 살다 온 문화적 차이에 기인하는 것이다. 게다가 순진하다. 거리에서 만난 중년의 남성이 청와대 시계를 꺼내고 마틴 스콜세지와 통화하자 사기꾼이라는 의심대신 좋은 사람이라고 믿어버리는 모습은 대표적이다. 만약 현실에서 해원이라는 여자가 주위에 있다면 많은 남성들은 뒷담화 대신에 그녀에게 한국에서 살아(?) 남기 위한 적당한 스킬(!)을 전수해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왜냐면 영화 속 해원은 솔직히 현실에서라면 좀 짜증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뭐라 하기엔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인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 영화의 마지막, 해원은 꿈에서 깨며 “정말 착한 아저씨다”라는 내레이션을 읊는다. 도대체 어떤 아저씨일까?

 

※ 왜 대체 홍상수 영화 속 젊은 처자들은 나이 많은 남성에게 끌리는 것인지 모르겠다.(해원의 류덕환과 김의성에 대한 반응) 홍상수가 나이 들었기 때문일까.

 

※ 의외로 한국 사람들은 청와대나 국회시스템을 잘 모른다. 국회 면회실 매점이나 청와대 면회실 매점에 가면 국회 마크, 청와대 마크가 새겨진 온갖 기념품들을 살 수 있다. 몇 년 전 청와대 마크가 새겨진 넥타이를 매고 국회수첩을 들고 다니며 마치 자신이 정권의 실력자인냥 사기를 치다 걸린 사건이 있었다. '누가 그런 거에 속아?' 하지만 현실에서 청와대, 국회 문양은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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