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사냥꾼이자, 한 마리의 사냥감... ★★★★
이 영화의 장르는 스릴러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유치원 선생과 아이의 진실 공방이 주요하게 그려졌을 것이고, 영화는 아마도 좀 더 대중적 재미를 추구했을 것이다. 그러나 <더 헌트>는 그런 재미 대신에 감춰진 것 없이 모든 사실을 환하게 드러내 우리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더러운 진실과 묵직한 주제의식을 관객 앞에 던져 놓음으로써 모골이 송연해지는 체험을 하게 만든다.
여기 이혼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유치원 교사를 하고 있는 루카스(매즈 미켈슨)라는 남성이 있다.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들과 어울려 여흥을 즐기고, 집에는 패니라는 충직한 개가 있으며, 직장에서 만나게 된 여자친구와의 관계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중이다. 그에게 거의 유일한 희망은 그저 전처와 살고 있는 아들 마커스(라쎄 포겔스트롬)를 자주 보게 되는 것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유치원에 다니는 가장 친한 친구의 딸인 클라라(애니카 웨더콥)가 유치원 원장에게 자신이 루카스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의미의 얘기를 건넨다. 클라라의 거짓말은 유치원을 넘어 마을 전체에 공분을 일으키게 되고, 루카스는 마을 전체의 공적으로 내몰린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이 영화가 숨기는 건 없다. 사건의 진실은 영화 속 인물들만이 모를 뿐, 관객은 영화가 제공하는 충분한 정보로 인해 모든 걸 파악할 수 있다. 관객은 왜 클라라가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을 했는지, 어째서 남자 성기의 모양을 그렇게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었는지 잘 알고 있다. 문제는 클라라의 거짓말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오만한 선입견에 있다.
사실 동네사람들은 충분히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을 한다(라고 스스로 믿는다). 여기엔 다양한 이유들이 근거로 제시된다. “아이들은 거짓말 할 줄 모른다” “아이가 그 때의 충격으로 기억을 되살리지 못한다”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다. 거짓말은 그렇게 생산되고 유통되기 시작한다. 진실을 알고 있는 관객들의 마음은 바싹바싹 타들어간다.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건, 이 영화에 처단해야 할 악당이란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비록 오만한 선입견이긴 하지만, 어린아이의 성 학대라는 추악한 사실(?) 앞에 어른들이 취할 수 있는 태도란 아마도 오십보 백보 수준일 것이다. 악의 없는 거짓말과 선의의 행동은 그렇게 루카스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다.
한국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 영화에서 우리의 적나라한 현실을 들여다봤을 것이다. 영화에서의 파장은 고작 한 마을 정도의 입소문에 불과(?)한 반면, 한국에서라면 인터넷이란 바다를 타고 전국을 넘나들었을 것이다. 많은 이름들이 떠오른다. 타블로, 최민수, 수많은 ○○녀들, 인터넷 마녀사냥. 대게 나쁜 소문들은 생성되고 유통될 때의 파급력이 월등해 진실의 힘을 압도한다. 이른바 낙인효과.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음에도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처럼 낙인 효과는 끈질기게 당사자에게 올가미를 씌운다. 가장 끔찍한 건, 많은 사람들이, 아니 최소한 나는 그 동안 여러 차례 돌을 던지는 쪽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유유자적 풀을 뜯는 사슴, 불시에 날아드는 총탄, 어떤 잘못으로 인해 사슴이 사냥꾼의 총탄을 맞는 것이 아니다. 사슴은 그저 운이 없게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우리 모두는 이렇게 사냥꾼이 되기도 하고, 불시에 총탄에 쓰러지는 사슴이 되기도 한다.
※ 교회에 앉아 뒤를 돌아보는 매즈 미켈슨의 억울함, 분노, 답답함 등을 담은 눈빛은 실로 아련하다.
※ 루카스의 대응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데, 막상 저란 상황이라면 딱히 대응한다는 것도 난감할 것 같다.
※ 엔딩 크레딧 캐스팅 명단에 패니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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