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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 사이에서 블루 발렌타인
nott86 2012-06-28 오전 3:23:33 677   [0]

영화 블루 발렌타인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인지도 모릅니다. 사랑했던 커플이 결혼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게 지쳐버린 이야기. 이는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주변 친구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그 동안 수많은 영화들이 남녀 사이의 관계의 변화를 다루어왔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죠. 하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기조에서 알 수 있듯, 무엇을 다루는가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어떻게 다루는가 입니다. 그런 면에서 영화 블루 발렌타인은 또 다른 감정과 의미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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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현실과 행복했던 과거를 교차해서 보여주는 영화는 그 대비가 더욱 극명하기에 더욱 안타까우면서도 시간의 힘에 굴복할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줍니다.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댄과 조금은 주저하는 신디. 신디는 이미 사랑이 식은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절대 부모님을 닮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할머니에게 사랑이 사라지는데 어떻게 감정을 찾을 수 있죠?”라고 물을 만큼 조숙해져 있습니다. 이에 할머니는 감정을 믿으면 된다.”고 대답하죠. 그 말을 들은 그녀에게 감정이 찾아왔는지 딘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고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되어 아기를 지우려 하지만 결국 지우지 못하고 딘과의 삶을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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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는 어떤가요. 의사를 꿈꾸었지만 간호사의 삶으로 현실과 타협한 신디는 아무런 꿈과 장래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같은 딘과의 삶이 고달프기만 합니다. 딘은 아빠와 남편이라는 꿈을 이루었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하지만 일용직으로 연명하는 남편의 모습이 좋게 보일 리는 없을 것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노는 남편은 언제나 한심한 존재로 인식되어 왔으니까요. 이러한 신디의 착잡한 마음을 보여주려는 듯 화면은 투박한 빛깔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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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이 신디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모텔을 예약하고 모텔 방에 들어서는 순간, 영화의 제목처럼 푸른 빛깔이 방의 곳곳을 메웁니다. 방의 이름은 “Future room.” “Cupid room”을 예약하려 했지만 이미 예약되어서 미래의 방을 선택했지만 그들의 미래는 푸른 빛처럼 불투명하기만 합니다. 그들 사이에는 이미 처음 만났을 때의 큐피드는 사라진 지 오래였고 딘이 준비한 음악도 달콤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예정되었다는 듯이 Platters Smoke gets in your eyes가 흐릅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한 커플의 첫 만남에서부터 이별까지의 순간을 역순으로 다섯 파트로 나누어서 보여주는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 5x2 를 떠올렸습니다. 그 영화에서도 여자가 남자를 아련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순간에 Smoke gets in your eyes가 흘렀거든요. 달콤한 멜로디에 실어 떠나간 사랑을 슬퍼하는 남자의 목소리. 아름다웠던 사랑이 비수가 되어 돌아오는 순간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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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모텔방에서의 하룻밤도 그들에게 위안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킵니다. 병원에서의 실랑이가 폭력으로 번지고 결국 헤어지자고 소리지르는 딘과 신디. 딘은 아이가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며 신디의 마음을 돌리려 하지만, 아이의 존재 말고는 둘 사이의 관계를 이을 만한 끈이 없다는 점이 더욱 상황을 처연하게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뒷모습을 보이며 걸어가는 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신디의 감정에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어떻게 보면 신디는 현실을 위해 자신의 꿈을 희생했고, 그로 인한 아픔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생물학 교수님에게 인정받은 사실을 기뻐하고 의사를 꿈꾸지만 결국 간호사의 삶을 사는 그녀가 자신의 삶에 만족을 느끼기란 어려웠을 겁니다. 이것은 직업의 귀천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그녀가 원했던 자리가 아니라는 데서 오는 상실감과 공허감입니다. 그러고 보니 신디는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에이프릴과 비슷한 지점에 있는 인물인 것 같아요. 표면적으로 봤을 때 에이프릴은 일반적인 관점에서 비현실적인 삶의 계획을 꿈꾼다는 점에서 신디와는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이 둘은 너무나도 닮았습니다. 결혼을 통해 자신의 꿈을 현실과 타협하거나(신디) 완전히 포기했고(에이프릴) 권태로운 현재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죠. 영화에서 딘이 동료에게 남자는 여자보다 더욱 로맨틱해. 남자는 첫눈에 반한 상대를 결혼 상대로 정하는 반면 여자는 여러 가지를 따진 다음에 백마를 탄 왕자와의 결혼을 꿈꾸지.”라는 말을 하는데 여자들은 결혼을 하면서 현실에 좀 더 충실하면서도 마음 속의 꿈을 잊지 못한 채 언젠가 현실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현실이나 영화 속에서나 결혼 후에 자신의 삶을 더 많이 포기하는 쪽도 여자라는 생각이 들구요. 그래서 제가 결혼한 여성 캐릭터에 더 많은 측은함과 공감을 많이 느끼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신디와 딘의 사랑은 신디가 임신을 한 순간 현실로 다가오고 말죠. 그리고 현실은 꿈처럼 달콤하지 않고, 좋든 싫든 받아들여야 하는 무언가가 찾아옵니다. 현실은 누구에게나 고단한 짐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연애가 꿈이고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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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랑에는 끝이 찾아옵니다. 그 끝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찾아오기도 하고 의지가 너무 강한 나머지 예정된 수순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사람은 사랑을 통해 성숙해진다고 합니다. 상대방의 사랑을 통해 나의 삶에 들어 온 누군가를 생각하고, 이별의 순간에는 인생의 쓴 맛을 느끼며 치유하는 법을 배운다고 하죠. 하지만 그 아픔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럽다면, 그리고 그 아픔 때문에 예전의 기억을 다 지우고 싶을 정도로 상대방이 미워진다면, 저는 차라리 시작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그리고 사랑에서만큼은 현실보다는 영원히 꿈 속에서 유영하고 싶습니다. 신디의 처연한 표정을 보니 더욱 확신이 깊어졌습니다. 이것이 별로 좋은 확신이라는 말은 못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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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발렌타인(2010, Blue Valentine)
제작사 : Silverwood Films, Hunting Lane Films / 배급사 : (주)영화사 진진
수입사 : (주)영화사 진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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