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루퍼트 샌더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본 영화는 ‘샤를리즈 테론, 크리스틴 스튜어트,
크리스 햄스워스’라는 아이콘 배우들과 현란하면서 다크한 판타지의 포스를 풍기며 기대감을
높였다. 게다가 개봉하기 전부터 3부작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뿌리며 흥행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런데 너무 기대감이 높았던 것일까.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동화에 현실성을 부여한
정도로 보이는 무난한 영화였다. 판타지 전쟁물로 차별화를 꾀하려 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긴장의 유발도 대부분 CG 효과에 의존하는 터라 '백설공주의 현대화'라는 각색의 힘을 느끼지
못하였다. 샤를리즈 테론의 광적인 연기가 그나마 인상적인데, 그녀에 비해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표정부터 시작해서 이블 퀸에 대치할 정도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해 묻혀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모호함'에 있다. 제목에 당당히 'The'까지 붙어서 노골적으로 어필하는
사냥꾼(헌츠맨) 캐릭터는 왜 필요했던 것인지, 난데없이 호신술은 왜 가르쳐 주는지, 왕비의
마법을 어떻게 풀고 처단한 것인지 등등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다. 감독의 연출작이 많지
않아서 아직 내공이 덜 쌓였나보다. 이렇게 군데군데 다양하게 써먹을 요소를 배치해 놓고도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영화를 보면 안타깝다. 다행히 요정의 숲을 비롯한 밝은 세계의 모습은
CG로 구현되었다 할지라도 매우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어서 눈길을 끈다. 오히려 흑과 백을
정면으로 대치시켰으면 훨씬 멋진 그림이 나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주말 유료 시사회에서 7만이 넘는 관객을 관객을 끌어들이면서 청신호를 밝혔지만, 정식 개봉 후에
4위에 랭크된 것을 보면 네거티브한 입소문으로 금방 거품이 빠진 것 같은 모습이다. 이제
하루가 지나서 미국에서 개봉을 하는데 어떤 반응이 나올지, 또 후속편은 제대로 제작이
진행될지도 매우 궁금해진다. 마찬가지 그림 동화 출신으로 <헨젤과 그레텔>이 준비중이긴
하지만 타셈 싱의 <백설공주>가 제대로 흥행을 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까지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 '동화의 재해석 영화화'라는 콘텐츠 자체가 막을 내릴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박스오피스 차트의 동향을 지켜보는 재미가 추가로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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