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 잔다르크.. ★★★
언젠가부터 소재고갈에 빠진 헐리웃의 새로운 이야기의 원천이 된 동화. 그 중에서도 올해는 단연코 탄생 200주년을 맞는 ‘백설공주’의 시대다.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이하 <스노우 화이트>)은 앞서 개봉한 타셈 싱의 <백설공주>와는 완전히 정반대 방향으로 연출된 ‘백설공주’라고 할 수 있다. 타셈 싱의 작품이 일종의 코미디를 품은 소품이라면 <스노우 화이트>는 판타지 블록버스터로 승부를 걸고 있다.
영화는 예상보다 더 어둡고 꽤나 사실적인 묘사에 치중하고 있다. 원작 동화의 중요한 장면들을 포함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차별성을 꾀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보인다. 대표적으로 트로이 목마를 연상시키는 왕비(샤를리즈 테론)가 공주(크리스틴 스튜어트)의 계모가 된 일종의 모략 같은 장면.
<스노우 화이트>는 3부작의 첫 편답게 각 중요 인물들의 전사와 이야기들을 풀어 놓고 복선을 까느라 구구절절 말이 많아지고 꼬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영화는 이미지를 우선적으로 부각하는 전략을 택한 듯 보인다. 어두운 화면톤에 하얀 얼굴의 공주는 그 자체로 신비롭다는 인상을 주고, 어둠의 숲의 기괴함이라든가 특히 왕비가 까마귀로 변신하는 장면 등은 분명 일정한 성과를 보이는 장면들이다.
그리고 캐스팅. 제목이 <스노우 화이트>이긴 하지만, 영화에서 가장 부각되는 인물은 왕비라고 할 수 있다. 차가움과 분노, 그리고 동생에 대한 연민의 감정들이 순간 순간 돌변하는 모습에서 역시 샤를리즈 테론이구나 라는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그리고 난장이들. 어쨌거나 토비 존스와 같은 연기파 배우들을 난장이들로 출연시켰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진다.
일단 3부작의 첫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스노우 화이트>는 성공적이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궁금증 유발에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얘기냐면, 어떻게 보면 1편은 그 자체로 완결작이다. 성에 갇혀 평생을 보낸 공주는 왕비가 자신을 해치기 전에 극적으로 탈출했고, 자신을 잡으라고 기용된 헌츠맨(크리스 헴스워스)과 난장이족, 그리고 어릴 때 헤어진 윌리엄 왕자(샘 클래플린)를 만나 왕비에 반감을 가진 귀족과 병사들을 모아 왕비와 전면전을 펼쳐, 궁을 탈환하고 공주는 새로운 왕비로 등극한다. 자, 모든 이야기가 기승전결로 완결된 것 아닌가? 그런데 이게 바로 1부의 이야기고, 앞으로 2부, 3부가 남아 있다. 대체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어 끌고 나갈 것인지 자못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반면, <스노우 화이트>의 가장 큰 약점은 기시감이다. 어디서 본 듯한 장면, 어디서 들은 듯한 이야기. 트로이의 목마, 반지의 제왕의 반지 원정대, 잔다르크 등등등. 꽤나 사실적인 묘사에도 불구하고 사과를 먹고 죽은 공주가 눈물 한 방울에 벌떡 일어나더니, 갑옷을 입고 전쟁터로 향하는 모습은 아무리 판타지라고는 해도 상당히 생뚱맞다. 어릴 때 갇혀 평생 좁은 방안에서 생활한 공주가 형식적인 훈련 과정을 거치지도 않고, 칼을 휘두르며 적 병사들을 쓰러트리는 모습이라니, 이건 마치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잔다르크가 아니고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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