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사는 보통 지구인은 다른 별을 구경은 커녕, 상상하는 것 조차 쉽지가 않다. 그러나 달팽이의 별의 조영찬 씨는 다르다. 우리가 볼 수 없는 '달팽이의 별' 그 안에서 지구별을 바라보며 살고있다. 달팽이를 닮은 그는 무한한 상상력으로 지구별을 여행하며 만나고 느끼고 만들고 대화하며 살아가고 있다. 지구별을 여행하는 것과 만든 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우리가 볼 수 있는 눈과 들을 귀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단지 느끼며 지구를 볼 수 있다. 그런 그가 바라볼 때 지구는 어떤 모습이며, 우리가 바라볼 때 달팽이의 별은 또 어떤 모습일까?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지구를 '아침에서 점심으로 점심에서 저녁으로 여행하는 기차', 자신은 '우주인'이라 표현하며 자신이 보는 지구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그를 통해 '달팽이의 별'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지구를 만들 수도 있다. 그가 바라본 지구를 섬세한 손놀림으로 꽃과 사람, 강아지 등으로 지점토로 만들어 내는 걸보면 '눈'으로 보는 것만큼이나 얼마나 정확하게 볼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달팽이의 별에 살기에 조금은 다를 것 같은 그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물론, 수영과 제자리 뛰기를 하며 천장의 형광등을 갈아낄 수도 있고 외국어를 공부한다. 이 지구 안에서 당연하게 살아지고 있는 우리는 '그보다 더 잘 하고 있는 건 무엇일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그는 보통 남자들이 어려워하는 '사랑'도 하고 있다. 일평생 그의 편이 되어주고,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배우자(김순호씨)가 있으며 서로가 진실되게 아껴준다. 친구들에게 식사대접을 해주고 설겆이를 하는 그녀를 번쩍안아주는 주인공을 보며 지금까지 보아왔던, 또 앞으로 볼 많은 남성들 중에 그처럼 바라는거 없이 주려는 진정한 사랑으로 반려자에게 힘이 되어 주는 남성은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조금 다를 것 같아 기우뚱하게 바라봤던 시선에서 우리들의 일상과 하나하나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고, 고개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부부들에게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들또한 지체부자유자, 정신지체자, 시각장애인 등으로 온전한 몸의 사람들은 아니었다. 믿음 안에서 만난 것 같아 보이는 이들은 기쁠때와 슬플 때 함께하며 서로에게 참된 이웃이 되어주지만 역시나 소외된 사랑의 이웃은 소외된 이들인가 라는 점에서 한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때 주인공 부부를 굉장히 부러워하는 한 동생이 등장하는데 그는 이들처럼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옆에서 힘이 돼줄수 있는 반쪽을 기다리고 원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해 한다. 그런 그에게 조영찬씨는 이야기 한다.
형은 순호 누나 만나기 전에 뭐가 준비 되어있었냐고~ 준비 되어있었지. 외로움이 준비 돼 있었지
라며 외로워 하는 동생에게 빨리 결혼하라며 짖궂게 장난을 친다. 그런 그가 이야기 한다.
'외로울 땐 외롭다고 하여라. 어둠이 짙어야 별이 빛나고 밤이 깊어야 먼동이 튼다.'
고... 이것은 눈으로 보기에 보이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남들보다 뒤지고 싶지 않아서 목을 꽂꽂이 세우고는 어렵지 않은 듯,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듯, 외롭지 않은 듯 그렇게 타인과 자신 앞에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달팽이의 별에서 외치는 말이 아닐까? 달팽이의 별에서는 소리도 빛도 불분명하다. 현실에서 못 보는 것은 꿈속에서도 보지 못하는 달팽이의 별에서 그가 '별'을 볼 수없는 건 당연하지만 그는 한번도 '별'을 의심한 적이 없다. 그런 그가 부인을 도와 성극을 준비하는 장면이 영화에 잠깐 나오는데 이 장면 또한 공교롭게도 볼 수 없지만 마음으로 믿어야 하는 복음을 제시하는 장면이다. 잠깐 나오는 이 연습 장면은 '베드로가 은과 금(물질)은 줄 것이 없지만 예수의 이름을 전하며 앉은뱅이를 고치는' 성경에 등장하는 기적의 장면중 하나다. 물질보다 중요한 것 그리고 믿음,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에게도 진정한 자유를 줄 수 있는 이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키를 숨겨놓은 장면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 우리는 지구인으로든, 달팽이의 별에서든, 누구든...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모두 똑같은 존재일 뿐이다. 그 비밀을 이미 아는 그에게 우리는 배워야 한다.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해 잠시 눈을 감고, 가장 참된 것을 듣기 위해 잠시 귀를 닫고, 가장 진실한 말을 하기 위해 잠시 침묵 속에서 기다리는" 참된 것을 볼 수 있는 달팽이 별에서의 비법을.
이 영화에서 감독이 바랬던 거대한 이야기와 감동은 달팽이의 별을 엿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시각적으로 찾아가고, 청각적으로 물 속과 같은 우주 공간의 느낌을 느끼며 그와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달팽이의 별'을 찾아가지만 곧 그 안의 그를 만나게 되고, 이내 충분히 함께 즐거워 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지금까지 본 적 없었던 '달팽이의 별'을 조금 많이 엿볼 수 있는 장면은 주인공이 공원에서 나무와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다. 나무와 포옹하는 걸 좋아하는 그는 '달팽이의 별'만의 언어로 나무와 대화를 한다. 껴안고 피부로 느끼며 손으로 조심스럽게 쓰다듬는다. 하나 하나 만지며 느낀다. 그리고 손을 모아 그 숨결을 느끼려는 듯 코로 가져간다. 코를 나무에 대고 냄새를 맡는다. 오랫동안을 그렇게 데이트를 하고 있으면 순호씨가 다가와 질투(?)를 한다. 손이 손에게 '뭐하는거냐' 물으면 재미있게 데이트 중이라며 방해하면 안된다며 영찬씨는 장난을 친다. 곧이어 셋은 함께 데이트를 한다. 이렇게 나무와 대화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숲에서 심호흡 크게 한번, 나뭇잎 소리에 귀 한번 귀울이는 것이 아니다. 공원에서 그렇게 진심으로 즐기며, 나무와 함께 기뻐하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 그것또한 달팽이 별에 살지 않는 우리는 해볼 수 없는 일이다. 달팽이의 별에 사는 것이 전부 행복이라곤, 이 세상에서 비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감사거리가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볼 수 있는 것의 전부이고, 귀로 듣는 것은 진실 여부를 판가름해야 하는 우리는 보다 진실된 삶을 살기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 아니 '진실된 삶'을 생각하며 살았는가? '달팽이의 별'을 엿보면서 우리의 삶을 돌아볼 수 있어 감사하다. 손가락 끝으로 대화하며 가장 진실된 것을 위해 청력, 시력이 잠시 떠돌고 있다고 말하는 그를 보며 청력, 시력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는 진실된 삶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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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이승준
- 주연 : 조영찬,김순호
- 제작년도 : 2012년
- 개봉 : 2012년 03월 22일
- 등급 : 전체 관람가
- 시간 : 8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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