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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록하기 위해 존재한다... 뱅뱅클럽
ldk209 2012-02-10 오전 11:44:17 499   [0]

 

우리는 기록하기 위해 존재한다... ★★★☆

 

<뱅뱅클럽>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두 명을 포함한 네 명의 포토저널리스트들의 죽음을 담보로 한 치열한 기록의 현장을 그렉과 주앙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이다. 무대는 1990년대 초 아직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 지속 중인 남아프리카 공화국. 그렉 마리노비치(라이언 필립), 케빈 카터(테일러 키치), 켄 오스터브룩(프랭크 라우텐바흐), 주앙 실바(닐스 반 자스벨드), 스타지 소속 네 명의 포토저널리스트들은 만델라를 지지하는 ANC와 이들과 적대적인 잉카타 부족의 분쟁 지역에서 사진을 촬영하며 우정을 쌓아나간다. 신참이었던 그렉은 ‘좋은 사진은 피사체에 가깝게 다가가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스스로의 목숨조차 담보하기 힘든 현장에 다가가 불에 타는 사람의 사진을 촬영함으로서 퓰리처상을 상을 수상한다. 한편, 그렉에게 조언을 해 주었던 케빈은 수단의 기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던 소녀과 독수리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게 된다.

 

사실 포토저널리스트들, 특히 케빈이 촬영했던 소녀와 독수리 사진이 많은 사람들에게 논란이 되었던 건, 수단의 참혹한 기아와 함께 윤리적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즉, 사진을 찍는 게 중요한 것인가 아니면 소녀를 구하는 게 더 중요한 것인가의 문제. 영화 <뱅뱅클럽>이 이러한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하고 봤지만, 영화는 포토저널리스트들의 윤리적 문제에 집중하지도 심각하게 다루지도 않는다.

 

영화는 포토저널리스트들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에 집중하는 대신, 이들의 치열한 기록의 현장, 그 자체를 담는 데 집중한다. 물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온갖 폭력이 난무하는 현장을 뛰어다니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이들의 모습은 그 차제만으로도 감동적이긴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 구조는 약한 편이다. 대신 영화는 분쟁을 촬영하는 장면에서 마치 <시티 오브 갓>이 연상될 정도로 전반적으로 리드미컬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윤리적 문제와 관련해서 영화(영화 속 인물들은, 사실은 실제 인물들)의 접근은 자신들에게 그러한 논란은 이미 답이 내려졌다는 차원이다. 그렉이 퓰리처상을 수상하게 되는 순간을 보자. 잉카타 족으로 추정되는 한 남자가 ANC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을 그렉이 촬영하자, 폭행하던 남자가 촬영 중단을 요청한다. 그러자 그렉은 폭행을 중단하면 촬영도 중단할 것이라며 응대한 후, 결국 그 남자가 불에 타고 칼에 맞는 장면을 담는 데 성공(?)한다. 그렉은 연인이 된 로빈(말린 애커맨)에게 자신이 그 순간 생각한 건 ‘노출, 노출, 그 놈의 노출’ 밖에 없었다며 괴로워하지만, 퓰리처상 수상 소식 앞에 환호를 지르며 잠깐의 괴로움을 끝낸다. 케빈이 소녀와 독수리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후 가진 인터뷰에서 기자들은 그 소녀를 구했냐고 물어보지만, 케빈은 자신에게 왜 그런 질문이 던져지는지 그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자신의 사진으로 수단의 기아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이로써 엄청난 지원이 가능했다는 결과에 주목한다.

 

이와 관련,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투표소에 길에 늘어선 줄이었다. 영화의 처음, 그렉이 잉카타 부족의 거주지로 걸어가자, 한 소년이 죽을지도 모른다며 경고한다. 거주지 안에서 목숨을 위협받던 그렉을 한 남자가 구해주고 왜 자신들이 ANC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지 설명해준다. 영화의 마지막에 카메라가 투표를 기다리는 줄을 따라 움직일 때, 바로 그 인파 속에 그렉에게 경고한 소년과 잉카타 부족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이 둘을 굳이 투표소 줄에 넣은 것은 어쩌면 포토저널리스트들의 목숨을 건 기록이 분쟁을 종식시키는 데 큰 기여가 됐음을 의미하기 위한 것이리라. 좋은 사진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 영화가 끝난 후 엔딩크레딧이 나올 때, 영화 속 인물과 실제 인물의 사진을 같이 보여준다. 그런데 정말 절묘한 캐스팅이다. 특히 네 명의 포토저널리스트들은 누가 현실의 인물이고 배우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한 이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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