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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 좋은 가족놀이 파파
wyh1001 2012-01-19 오후 4:35:14 5796   [3]

하루이틀 이야기가 아니지만 한국사람들 특유의 음악사랑은 참으로 꾸준하다.
그로 인해 우리네 가무(歌舞)문화는 여러 분야에서 유감없이 빛을 발휘하고 있지 않은가
때문인지 최근들어 '음악'을 극의 장치로 사용하는 영화들이 눈에 많이 띈다.


최근 개봉한 <원더풀 라디오>의 경우만 봐도 그렇고,
크나큰 흥행실적을 기록한 <미녀는 괴로워>나 <과속스캔들>의 경우도 그렇다.
TV를 틀어도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만큼 횡행하고 있으니 말 다했다.
이것이 마치 복권열풍처럼 만연한 스타병의 일종인지 마치 전염병같은 양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파파>는 안타깝게도 이 지겨운 공식을 비껴나가지 못한 영화이다.
위에서 열거한 영화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영화에서의 '음악'은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매개체가 아닌,
주객전도로 가족의 이야기를 완전히 가려놓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극중 주인공 '춘섭'은 한국 연예계에서 매니저로 종사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서 불법체류자가 된 인물이다.
그는 시민권 때문에 말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저마다 피부색도 다른 여섯 아이들의 법적 보호자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6남매 중 뛰어난 노래실력을 가진 '준'을 스타로 만들어 일확천금을 얻고 재기하려는 속셈을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아이들과의 유대감은, 그를 이익만을 좇는 속물이 아닌 진짜 '아빠'로 만들어 간다.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가족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다.
피가 이어지지 않은 형제들이 뭉쳐 마음의 벽을 극복하고,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는게 우리 관객들의 바람인 것이다.
하지만 영화 <파파>에는 어설픈 예능만이 있을 뿐 진실한 가족 이야기가 없다.


각양각색의 개성을 자랑하는 다양한 인종의 캐릭터들조차 어디까지나 '스타만들기'의 소도구일뿐이다.
영화는 중반을 달릴때까지 준의 오디션 과정을 비중있게 그려내고 그녀의 춤과 노래를 화려하게 부각시킨다.
내가 지금 2시간짜리 뮤직비디오를 보러 온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종국에는 형제들과 헤어지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좌절하게 되는 준의 눈물조차도 그 급작스러움이 심히 당황스럽다.


후반에 들어서야 극중 캐릭터들의 내면을 비추며
혈연이 아닌, 마음으로 연결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그 모든것들은 급작스럽기만 하다.
그들 사이에 잔재해 있던 상처들과 거리감을 메꾸기엔 할당된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영화 속에서 이들의 화합을 완성하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 캐릭터 '마야'의 경우
그녀가 어째서 그토록 벽을 쌓고 폐쇄적으로 굴었는지
무엇을 계기로 마음을 돌리게 됐는지 얼토당토 않을 정도로 정해진 수순만 밟으며 가버리는 전개는
그 과정에 있어서 일말의 납득할 요소를 주지 않는다.


춘섭이 보여준 아버지상도 불편하기 그지없다.
아니 애초부터 그는 아이를 키울 생각은 요만큼도 없이
하루아침에 덜컥 대가족의 아빠가 되어버렸으니 준비되지 않은 부모인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가 변하는 과정은 감동을 유발하기 위한 억지스러움이 팽배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내킬대로 아이들을 이용할 생각을 하고 윽박지르고,
그러다가 한번 마음을 터놓고 놀아주는걸로 면죄부를 받아버리는 나쁜 아버지상 말이다.

영화는 다른 요소들을 배재하고 춘섭의 내면의 변화에 더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아니 더 정확히는 춘섭과 아이들의 교류에 대해서 말이다.


세상천지에 기댈 곳이 없어졌다 한들 어째서 아이들이 춘섭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자신들의 아빠로 받아들이게 되는지 그 감정의 당위성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이 따로따로 놀아버리는 캐릭터극에서 '가족이니까'라는 따뜻한 면죄부는 성립 되질 않는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참 뻔뻔하게도 이 어긋날대로 어긋나버린 감정선들을
'가족'이란 한마디로 그럴싸하게 포장해버린다.

 

한마디로 그들이 이루는 '가족'의 모습은 진정성이 없다.
물론 눈물 펑펑 쏟는 신파극을 원한건 아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웠으면 그에 걸맞는 공감가는 가족 이야기를 꾸밈없이 보여줬어야 했다.

영화 <파파>가 보여준건 그저 허울 좋은 '가족놀이'에 불과했다.
어린아이들 소꿉놀이보다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그런 생색내기용 놀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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