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똘
제주산(?) 독립영화인 <뽕똘>은 연출자와 주연배우가 제주도 출신이다. 또한 한 명을 제외한 모든 배우가 제주도 사투리를 구사하고 있다. 처음엔 자막이 깔리기에 영화제 출품작이라서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했지만, 장률 감독의 작품처럼 자막 없이는 알아듣기 힘든 제주도 방언이라 외국영화처럼 자막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후에 들었다.
연극배우와 연출가 출신이 만든 이 작품은 연극적인 색채가 많이 들어난다. 특히 영화사로 등장하는 폐건물이 낯설기도 하지만, 무대라는 느낌도 많이 주었다. 지붕이 없고, 출입문도 장롱으로 대체한다. 타르코프스키의 <노스탤지어>에 등장하는 건물처럼(촛불 옮겨가는 주인공) 살짝 눈도 고여 있고, 전혀 현실적이지 못한 공간이다.
서울에서 내려와 주인공 뽕똘이 연출하는 작품에 오디션을 보러온 성필은 생각보단 멀쩡하지만, 어이없고 준비가 전혀 안 된 뽕똘가 함께 영화를 만들어간다. 그것도 낚시영화를. 제대로 된 대본도 없고, 그냥 돗돔을 잡을 때까지 찍는다고 뽕똘이 말한다. 의외로 성필은 고분고분 말을 잘 듣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둘은 절친이 되어간다.
영화가 끝나고 gv에서 낚시영화를 찍는다는 콘셉트가 현실에서 말도 안 되는 낚시영화들을 풍자하는 느낌도 주고 싶었다고 감독이 말했다. 마치 카뜨린느 브레야의 <섹스이즈코미디>처럼.
이 작품은 일반대중들이 본다면 분명히 낯설고 불친절하다. 하지만, 그 낯설음이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연출자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가 마치 아마추어들의 연기처럼 느껴졌고, 연출도 그러했다. 이 작품은 너무 프로페셔널하게 연출되면 감독이 원하는 방향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뽕똘>은 너무 아마추어리즘으로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것이 제작비 등의 문제라기보다는 감독의 의도였을 것이다. 또한 배우들의 캐릭터들도 우리가 흔히 보는 독립영화에서 등장하는 인물들로 각각 자기세계관이 너무 뚜렷해 소통이 되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그래서 관객들은 각각의 캐릭터에 쉽게 동화되지 못한 것 같다.
이 영화 다 보고 난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음악이었다. 특히 엔딩부분에 흐르는 아코디언 연주의 음악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제주도의 전설들도 흥미로웠다. 앞서 언급한 돗돔과 삼방산에 전설은 흥미로웠고, 또 다른 영화에서 그 전설을 언급해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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