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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삼등시민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법... 무산일기
ldk209 2011-05-03 오전 11:29:06 1126   [1]
대한민국 삼등시민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법... ★★★★

 

성실하며 순하디 순한 탈북자 승철(박정범)은 벽보와 플래카드를 붙이는 일을 하며 근근이 먹고 살아간다. 안정된 직장이라면 급여 수준에 관계없이 일하고 싶지만 탈북자라는 신분이 그 길을 가로 막는다. 사장은 일을 제대로 못한다며 구박이고, 동네 건달들은 승철만 보면 자기네 구역을 침범하지 말라며 구타를 일삼는다. 그의 곁에는 탈북자 친구인 경철(진용욱)과 강아지 백구가 유일하다. 승철은 다니는 교회의 성가대원인 숙영(강은진)을 짝사랑하지만 고백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탈북자 브로커 일을 하던 경철의 일이 잘못되면서 승철도 곤경에 빠지게 된다.

 

<무산일기>는 한국 사회의 이방인 중 하나인 탈북자의 삶을 그리고 있다. 어떻게? 건조하고 무심하게. 극 중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제외하고 단 한곡의 음악도 사용하지 않은 <무산일기>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삼등 시민의 삶을 근거리에서 감정 개입을 극도로 자제하고는 지켜보는 데 온 전력을 기울인다. 심지어 가장 격렬한 감정의 충돌이 일어나는 중요한 지점에서 카메라는 인물의 표정이 아니라 인물의 뒷모습 또는 등을 비추는 데 할애된다.

 

대한민국의 이등시민, 삼등시민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언뜻 <애니멀 타운>을 떠올리게 한다. 발목에 전자발찌를 차고 다니는 성폭력 전과자나 주민등록번호가 125로 시작하는 탈북자가 남한 사회에 적응하거나 타인들로부터 하나의 인간으로 인정받으며 살아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탈북이 범죄가 아님에도 사실상 탈북자는 이등시민도 아닌 삼등시민으로 살아간다. 미성년 상대 성폭력 전과자나 중국교포는 가능한 일도 탈북자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타인의 개입을 통해 승철에게 순수함을 버리고 영악함을 획득하라고, 그것만이 남한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충고하고 윽박지른다. 그러나 승철은 묵묵부답,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성실히 자신의 일을 수행한다. 타인의 오해에 화도 낼만도 하건만 퉁하고 내뱉고는 물러선다. 그러한 승철을 주위에선 무능하다 일컫는다. 그러나 승철의 무능은 반어적으로 남한 사회가 그만큼 나쁜 사회임을 입증하는 것은 아닐까.

 

동정심을 버리고 거짓말을 하고 친구의 뒤통수를 쳐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면 그런 사회에서 정의라든가 공정을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승철은 끝내 타인이 바라는 그런 사람이 되기로 한다. 친구의 뒤통수를 치고는 말쑥한 외모로 변신해 남한 사회에 적응해 살아가기로 한다. 물론 그 대가로 그는 가장 소중한 것을 내놔야 한다. 그게 이 사회가 요구하는 정의고 공정이다.

 

※ 감독이 연출과 주연을 맡았으며, 탈북자를 관리하는 박 형사 역은 감독의 아버지가 맡았다.

 

※ 최근 한국 상업영화가 천편일률적인 기획물에 안주하면서 관객들로부터도 외면 받고 있는 상황에서 독립영화의 성과는 더욱 돋보인다. <혜화, 동> <파수꾼> <애니멀 타운> <무산일기> 등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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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일기(2010, The Journals of Musan)
제작사 : 세컨드윈드 필름 / 배급사 : (주)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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