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告白, Confessions)
탄탄한 스토리와 섬세한 심리묘사가 놀라운 영화 교사가 반 아이들에게 자신이 당한 일을 담담하게 설명하며 영화가 시작한다. 책도 쓰고 참교사의 모델이 된 교사의 이야기를 하며, 그 사람이 자신의 남편이라고 하는데 중학교 때 사범대 가고 싶다고 했을 때 전교조 선생님이 추천해주셨던 노란책이 떠올랐다. 김누구였는데. 나중에 특목고 간다고 했을 때 입시교육의 전형적인 길을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하시던 분이 최근 구글링해보니 아들은 유학 보내셨던데. 아무튼, 영화상 그 남자는 학생들에게 참 교육을 하고자 고군분투하셨던 교사들의 로망으로 등장한다. 이 여교사는 자신은 결혼하고 싶었지만 남자가 이전의 문란한 성생활로 HIV에 감염됐고, 아이의 장래를 위해 결혼하지 않았고, 미혼모지만 아이를 잘 키웠다고, 그런데 우리 반에 아이를 죽인 사람이 있다고 담담하게 말한다ㅏ. 아이들은 급식으로 나오는 우유를 먹고 쉬는시간이라고 해도 될만큼 엄청 떠드는데 나름 문자도 보내고 할 짓 하면서 교사의 이야기엔 관심을 보인다. 일본은 원래 수업분위기가 이렇게 자유롭나? 한 반에 속한 아이들도 생각보단 많아보였다. 40명은 넘는 듯. 요즘 한국이 저출산이라고 하는게 왠지 조금 실감났다. 이름은 밝히지 않고 A와 B라고 지칭했지만 아이들은 누군지 다 눈치챘고, 담임이 회사를 그만두고 베르테르라고 불러달라는 엄청난 꼭 체육 선생님 같은 열혈 남교사가 왔을 때 이 둘을 왕따시킨다. B는 학교에 나오지 않고 집에만 있는다. HIV에 감염됐다고 생각하고 씻지도 않고 자신이 쓴 물건은 스스로 엄청 깨끗하게 닦는다. A는 꿋꿋하게 학교에 나오고 더 강력한 처형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루나씨 사건으로 불리는 청산가기로 가족을 죽인 여학생이 A와 친해지는데 나중에 A가 이 여학생을 죽인다. A는 겉보기엔 똑똑한 수재라서 글짓기에서도 상을 받아 전교생 앞에서 연설을 한다. 이때 폭발물을 터뜨리고 화려하게 신문을 장식하며 죽으려 하지만, 여교사의 개입으로 실패한다. 엄마가 일하는 곳으로 폭발물을 옮겼는데 핸드폰 통화버튼을 눌러 폭파시킨 것.
여교사 관점에서, 가해자인 학생 둘의 관점에서, B의 엄마 관점에서 각기 고백을 하며 영화가 퍼즐 맞추듯 조각조각 완성돼 나간다. 그런데 그 과정들이 너무 치밀해서 한 순간도 딴생각을 하거나 눈을 뗄 수 없었다. 14세 미만은 살인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그래서 억울한 교사는 담담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들의 삶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최근 한국영화 '아이들'(개구리 소년을 소재로 함)도 그렇고 나이, 공소시효에 관계없이 인륜에 어긋난 범죄는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닐까? 물론 슈야는 어릴 때 엄마에게 버림을 받았고, 엄마의 인정을 받기 위해 그런 눈에 띌 범죄들을 저지르는데 어릴 때 버림받았다고 모두가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니지 않은가. 아이들은 생명의 무겁고 가벼움 이전에 또래 집단, 혹은 속한 사회에서의 인정이 우선인 것 같다. A는 엄마의 인정을 받고, 엄마를 되찾고 싶었고, B는 A에게 이용당한 게 분해서 선생님의 딸이 전기충격에서 깨어난 걸 알았지만 수영장에 던져서 익사하게 만든다. 나는 멍청이가 아니라고 인정받고 싶었던 거지. 소재도 그렇고 간혹 잔인한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다시 살인을 하고 손에 피를 가득 묻히는 등의 정신이상적인 행동에서 인간 내면의 치졸한 모습들이 드러나는 것 같아 소름끼쳤다. 결국 아들에게 살해당하긴 했지만, 교사의 딸이 죽었다는데 위로는 커녕 자신의 아들을 안타까워하는 무개념 학부모도 참 거시기했다. 예전에는 이런 영화 봤으면 일본이니까! 라고 생각했을텐데, 이제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것만 같은 소재와 줄거리라 좀 더 많은 무거운 생각들을 하게 됐다. 법이란 과연 무엇일까? 억울한 사람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복수를 해야하는 것인가? 14세 이하 아동 처벌금지는 누구를 위한 법인가? 요즘은 아이들이 더 무섭지 않은가? 처벌받지 않을 것을 알기에 더 크게 죄를 짓는. 한국도 아동성범죄때 만취 상태로 강간해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 정신 이상, 사리판단 어려움 등을 이유로 경감해주는데 오히려 가중처벌해야 하지 않나? 고의성이 있으니. A와 B에 대해서는 살의는 있었지만 살인은 하지 않았고, 살의는 없었으나 살인을 한 아이들에 대한 심리적, 법적판단도 하게 만든다. 배경도 다리 밑, 몇 군데의 집, 교실로 잡아서 예산도 많이 들어갔을 영화같지 않은데 밀도나 구성력이 치밀해서 놀랍기만 했다. 마지막에 연구실이 터지는 장면은 엄청나게 유치한 CG이긴 했지만, 오히려 14살도 안된 어린이가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는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을 담은 영화이기에 꽤 어울리는 영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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