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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지만 괜찮아 비스틀리
novio21 2011-03-18 오후 6:29:32 629   [0]

  동화 같은 이야기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이야기 같기도 하다. 돈이나 외모보다 내적인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는, 정말 오랜 만에 보는 낭만적 영화다. 뛰어난 외모들을 갖춘 고등학교 학생들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동화를 즐기는 이들을 타깃으로 삼은 영화 같기도 하다. 비현실적이고 외모보단 내적인 가치를 우선시하는 영화는 동화 같은 이야기긴 해도 많이들 좋아하는 영화다. 나 역시 그런 부류의 인물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과도하게 비현실적으로 간다면 확실한 것은 비판대상이지 그리 칭찬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집단에 포함될 것이다. 그래서 ‘황해’나 ‘혈투’와 같은 인간의 본질과 솔직함 등을 표현한 작품들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편이다. 영화 ‘비스틀리’는 그런 영화 범주엔 속하지 않는다. 아무리 봐도 환타지 멜로물에 속하는 것이니까.
  시작부터 영화는 대놓고 예쁜 외모 찬미로 시작한다. 학생회장 선거에서 후보자 ‘카일(알렉스 페티퍼)’은 공약 같은 것으로 득표전략을 세우지도 않았다. 명문대를 가기 위해,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은 바로 외모다라는 것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선거에 나섰다. 그리고 이겼다. 정말 이런 사례가 있었는지 몰라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확실히 예외적인 경우고, 아마도 Fantasy 영화임을 알게 해주는 장치다. 그리고 그의 선거 상대가 ‘켄드라(메리-케이트 올슨)’라는 마녀다. 선거에서 진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쯤은 충분히 예상됐고, 그게 맞았다. 외모만을 최고로 여기는 것에 저주를 내릴 마녀, 그리고 그런 저주가 왔다. 흉한 외모로 카일을 변하게 만들었고, 흉한 외모를 벗어나기 위해선 특정 기간 내에 진정한 사랑을 얻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수여 받는다.
  여기까지는 물론 앞으로도 우리가 아는 현대판 ‘미녀와 야수’가 전개된다. 이제 문제해결을 위해선 외모나 재력보다 인간미를 우선하는 여자를 만나야 하며, 기존에 사귀었던 여자의 속물근성과 변심이 이어져야 한다. 당연히 카일은 자신의 연인이 다른 남자, 그것도 자신의 선거참모였던 친구와 놀아나는 것을 봤고, 그들이 나눈 자신에 대한 이야기도 듣는다. 절망이다. 이런 그를 구제해주는 여자가 단지 한 번 만났는데도 큰 호감을 갖고 있었던 ‘린디(바네사 허진스)’가 나타나며 이제 그녀는 영화 ‘미녀와 야수’에서의 미녀처럼 그의 집에 살게 되며, 그의 보호를 받고, 그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된다. 그녀를 위해 그가 하는 행동들은 바로 여자가 꿈꾸는 것들이다. 그 유명한 키다리 아저씨처럼 흉측한 모습의 카일은 그녀의 앞에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유명 상표의 핸드백이나 귀금속이 계속 공급되지만 관객을 포함한 모든 이의 기대처럼 그녀는 그런 것들을 거부한다. 그것에 관심이 갔더라면 그녀 역시 속물근성의 저렴한 여자가 될 테니까. 그리고 찾아오는 사랑의 확인을 위한 사태들과 사연들이 전개된다.
  바네사 허진스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정말 예쁘다. 어쩌면 영화는 남자들을 위한 환타지물이기도 하다. 저런 매력적인 여자와 함께 하고, 자신의 조건이 아닌 내적인 마음으로도 사랑을 받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 그것은 분명 남자들의 로망인 것이다. 알고 보면 ‘Beastly’란 영화는 남녀 모든 이들을 향한 로망 환타지 영화다. 잠깐이나마, 그리고 영화를 보는 시간 동안 매우 좋았다. 그리고 한 가지 잊고 살았던 인간관계의 핵심도 다시 한 번 돼내었다. 사람은 마음으로 사귀어야 하고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평범한 핵심 말이다.
  영화는 어쩌면 고차원적인 사고와 분별력을 요구하지 않고, 뻔한 미인과 미남의 나열일 수 있는 영화다. 그냥 대중성을 위한 멜로물 정도. 그러나 작은 것도 확대해석하고 유추해야 하는 것이 예술을 관람하는 태도이고, 그렇게 해야 복된 시간을 만든다고 생각한다면 영화는 뻔하지만 뻔한 것 너머의 우리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들로 가득 찼다. 동화 속에서 교훈을 귀담아 듣고 배웠지만 어느 순간 어른이 된 인간은 그런 교훈보다 격렬한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잔혹해져만 갔다. 한 번 야수로 돌변한 후, 다시는 원래의 착한 심성으로 돌아온 이가 그리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 그것이 어른이고 무서운 세상을 살아가는 진리로 여기게 된다. 그래서 이 동화 같은 영화가 낯간지럽기도 하지만 반갑기도 했다. 우린 얼마나 순수한 어린 모습을 담고 있을까 하는 자성 말이다. 변해서 좋았다면 모르지만 너무 나쁘게 변한 것만 같다. 동화 같은 세상을 꿈꾸는 것을 나쁘게 볼 수는 없지 않을까? 가벼운 눈짓 하나만으로도 이 커다란 세상을 떠받칠 수 있도록 기도하는 어느 시인의 시가 생각이 났다. 나도 그 때가 좋았다는 식의 타성과 체념을 그만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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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틀리(2010, Beast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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