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에도 나는 안젤리나 졸리의 영화는, 안졸리나 졸리나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지론을 펴고 있다. ‘툼레이더’를 기점으로 졸리의 출연작은 대부분, 그녀가 개성이 강한 여전사로서 등장하여, 그 뛰어난 미모와 화려한 액션을 바탕으로 한, 서스펜스 그리고 스릴과 스펙타클 모험들이다. 게다가 로맨스까지 살짝 고명으로 얹혀진, 글자 그대로 맛갈스런 오락물에 관객들을 몰입하게 한다.
금상첨화인 것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일컬어지는 베니스가 극중의 배경으로 설정되어, 관객들은 안락한 좌석에 가만히 기대앉은 채 이탈리아의 환타지에 사로 잡힐 수 있어 영화를 감상하는 중에 너나할 것 없이 일생에 꼭 한 번 여행할 곳으로서 ‘베니스(베네치아)’를 자신의 버킷리스트에 올려두게 된다. 수로로 연결된 낭만적 도시 풍경, 비둘기가 무작위로 하릴 없이 평화롭게 나는 노천카페, 별처럼 반짝이는 도시의 야경과 등대 때문만은 아니다.
금번 ‘투어리스트'는 여성관객을 염두에 둔 연출 탓인지, ‘007’시리즈의 룰을 따르되 그다지 과격하지 않은 액션을 배합하는 반면, 여성취향의 ‘로맨틱 무드’로 잘 윤색한 영화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특히 안젤리나 졸리의 수시로 바꾸어 갈아 입는 멋진 의상들과 그녀의 패션감각은 뭇 여성들의 시선을 두시간 동안 묶어 놓기에 충분하였다.
영화가 시작되면 바비인형 하나가(여기서 안젤리나 졸리를 일컬음)가 낭만적으로 보이는 노천카페 테라스에 앉아, 보기에도 향내가 그윽할 것 같은 한 잔의 검은 커피를 음미하며, 하얀 봉투의 편지를 자전거 택배인으로부터 전달받고, 거기에 적혀 있는 사랑하는 연인의 안내에 따라, 항상 그녀를 감시하기에 여념이 없는 국제경찰(인터폴)을 따돌리기 위해, 리용역에서 연인의 대역자를 물색하게 된다.
한편,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떠나 보낸 마음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리용에서 이탈리아행 기차에 오른 평범하기 그지없는 수학 선생님 조니 뎁은 우연히 마주하게 된 매혹적인 여인 안젤리나 졸리에게 첫 눈에 빠져버려, 베일에 가려진 도도한 그녀의 소소한 제안에도 거부할 수 없는 마력처럼 느끼며 모두 수락하게 된다.
러시아 마피아 수괴의 비자금을 가로챈 안토니오를 추적하는 마피아 조직원들과, 경찰들, 그리고 안토니오를 사모하는 여인 졸리(극중 이름은 생각안남), 본의 아니게 안토니오의 대역을 하다가 졸리를 흠모하게 되는 조니 뎁. 이들이 도피와 추적, 사랑과 범죄 등으로 마치 저인망처럼 얽히면서 펼쳐지는 액션과 스릴, 로맨스가 관객들로 하여금 화면으로부터 눈을 뗄래야 뗄 수 없는 몰입을 유도한다.
그동안 출연한 작품속에서 강렬한 카리스마와 액션을 선보이던 조니 뎁이 이번에는 과한 분장을 자제한 듯, 순수한 일반 남성으로 변신하여, 평범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러닝타임 내내 풍겨주곤 하는데, 이는 배우의 변신은 무한하다는 또 하나의 방증을 제시하고 있다.
대단원에서의 반전을 예측 못한 건 아니었지만, 베네치아의 황홀한 풍광과 함께, 남자쪽 키가 좀 모자른 듯 하긴 하지만, 그래도 극중 천상의 커플인 조니 뎁과 안젤리나 졸리의 그 동화같은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 왼쪽 가슴의 심장 소리를 오랜 만에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뜨거운 영화였다.
어휴, 베네치아로 가야겠다. 그들을 만나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