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확실히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세대는 아닙니다. 저랑은 50살이 넘게 차이나는 할아버지이니, 확실히 동세대라고 말하긴 어려워요. 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라면 언제부턴가 기대를 갖게되고, 기회가 된다면 챙겨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를 인식하게 된 계기는 수많은 서부 영화도 아니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눈썹을 휘날리며 종횡무진한 영화도 아니고, 그저 감독만 했었던 『미스틱 리버』입니다. 숀 펜, 팀 로빈스, 케빈 베이컨, 로라 리니… 연기파 배우는 다 모아 놓은 이 영화 한 편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을 한 영화라면 가슴이 쿵쾅 뛰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의 최근작품인 『밀리언 달러 베이비』와 『그랜 토리노』를 봤습니다. 한 달 간격으로 이 두개의 영화를 봤는데, 상당히 겹치는 느낌이에요. 두 영화 모두 꼬장꼬장하지만, 알고 보면 속 깊은 할아버지가 등장하는데다,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사람으로 남을 뻔한 관계를 생사를 논하는 평생의 인연으로 발전시켜 그려내는 것도 그러하구요.
결과적으로 두 영화 모두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못 했습니다. 하나는 아카데미에서 영화제의 백미인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 4개 부문에서 수상하고, 또 다른 하나는 칸 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상한데다 수많은 호평이 줄을 잇는 것을 보니 제 감상이 이상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분명 있어요.
위 2개의 영화는 분명 멋있는 내용이 그려진 영화입니다. 멋은 있는데 다소 개연성이 부족한 느낌이 들어요. 자기 자신을 다 내줄 수 있는 관계는 부모자식,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서나 그려지는게 보통이고, 세상이 삭막해져서 그런지 친한 친구 사이에서 조차 쉽게 그려지지 않는게 요즘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물며, 악바리 같은 여자 복서와 괴롭힘이나 당하는 동양인과의 관계가 그렇게 발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부모 자식간의 관계로 발전하기에는 특별한 이벤트가 없었거나 혹은 너무 축약된 느낌입니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에서는 본인이 너무 멋있는 역할을 맡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듭니다. ^^ 다소 유치한 의견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도 그렇고 위 2개의 영화에서도 그렇고 말이죠.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이상적인 행동을 실천으로 옮기는 캐릭터는 항상 그라는 느낌이에요.
평가도 좋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만 맡은 『체인질링』을 보며, 『미스틱 리버』를 보고선 흥분하던 그 날의 기분을 다시 한 번 느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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