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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데뷔작에 찬사를..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
yghong15 2010-11-07 오후 3:40:05 565   [0]
" 영화는 10대들의 전유물이다." 예전에 영화잡지에서 누군가가 한 이 말을 읽었을 때 난 그것이 꽤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나 역시 내 인생의 영화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꼽아 보면, 거의 다 십대시절에 본 영화들이 대부분이니까... 이십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감상했던 영화들 중에도 여전히 매혹적인 것들이 있었지만, 십대시절처럼 수십번씩 반복감상한 영화들은 없었다. 비교적 최근이랄 수 있는 2005년에 극장에서 피터 잭슨의 <킹콩>을 보면서 난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어서 "와~"하고 탄성을 지른 적이 있다. 주위에 앉은 사람들이 다 들릴 정도였다. 정말 오랜만에 경이로움으로 영화를 보던 그 때, 그 시절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는 이제 더 이상 영화를 보면서 이런 경이로움을 느끼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쓸쓸함도 밀려 왔다.
최근,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이하,<데뷔작>)은 우리가 왜 영화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가란 근원적인 물음에 정확한 답변을 제시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영화 중 하나이다. 윌은 리 카터의 창고에서 <람보>를 보고서 생애 처음으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느낀다. 그것이 비록 캠코더버전의 조악한 TV화면이라고는 하나, 가난하고 TV를 비롯한 미디어가 금지되는 집안의 엄격한 종교에 구속받고 있는 윌에게 있어서는 최초이자 최고의 영화가 아니었겠나. 영화를 꽤 본다는 사람들은 왜 하필 80년대의 팍스 아메리카나의 상징이었던 <람보>와 같은 영화에 감동을 받는 지 이해가 안된다고 따질지도 모르겠다. 나는 <데뷔작>이 영화의 감독 가스 제닝스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렸다는 걸 미리 알고 보았기 때문에 그의 인생의 첫영화가 바로 <람보>였다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가스 제닝스가 영화 속의 윌의 나이였을 때 <람보>가 그의 마음 속에 처음으로 도착했었다는 것 아닌가. 이것은 요즘 청소년들이 <트랜스 포머>에 열광하는 것과 비슷하다. <트랜스 포머>는 어른인 내가 봐도 황홀한 이미지로 가득 차 있는 데 그들의 눈에는 얼마나 경이롭게 다가오겠는가? 다만, 영화란 매체를 수단 삼아 공부를 하겠다고 덤비는 사람들에게 과연 이런 말이 얼마나 먹혀들어 갈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윌은 <람보>를 보고나서 더욱 더 상상의 나래를 펴 꿈에서 결국 람보의 아들이 된다. 다소 어처구니 없는 이유인 잔디깎는 기계때문에 세상을 떠난 윌의 아빠는 윌의 꿈에서나마 구원 받는다. 이 대목은 윌이 노트에 끄적여 놓은 상상을 그대로 시각화한 씨퀀스인 동시에, 결손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윌이 아빠를 다시 살려내고 싶다는 마음이 은연중에 보는 이들의 마음에 그대로 전해져서 심금을 울린다. 윌은 플리머스 형제회 라는 집안의 종교때문에 일거수 일투족이 형제회에 의해 감시되고 미디어로부터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문득 해리슨포드 주연의 1985년 작 <위트니스>가 떠올랐다. 살인사건을 목격한 아미쉬교 소년을 보호하던 한 형사가 자신도 살해 위험에 빠진다는 스토리의 영화는 이야기의 흐름상 자연스럽게 아미쉬교도들의 생활상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아미쉬교도들은 같은 청교도주의 집단이지만 <데뷔작>에서의 묘사와는 달리, 매우 목가적이고 순수해서 이상적인 삶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 할만한 공동체이다. 주인공 형사도 그들의 때묻지 않은 심성에 동화되어 영화의 마지막엔 거의 아미쉬교도 처럼 되어버린다. <데뷔작>에서도 윌의 천진난만함 때문에 리 뿐만 아니라 학교 아이들마저 모두 동화되어 같이 춤을 추지 않던가. 하지만, 이미 영화의 매력을 알아버린 윌에게 어른들이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가하는 행동들은 참으로 권위적이고 야비하기까지 하다. 아무리 영화가 80년대를 그렸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모든 가능성과 기회가 열려 있어야 할 어린이에게 어른들이 무슨 권리로 아이의 미래를 마음대로 재단하고 종교로 평생을 옭아매려 드는 걸까? 부모의 지나친 과잉보호와 미디어의 차단이 아이의 창의력에 어떤 걸림돌이 되고 어떤 정신적인 고통을 주는 지를 잘 보여주는 예가 윌의 경우라면, 이에 반해 부모의 무관심과 방치가 어떤 일탈의 해악을 가져오는 지를 잘 알려주는 예가 바로 리 카터의 경우이다. 학교에서 제일 악동이고 겉으로는 강한 척하지만, 리는 다른 아이들처럼 부모에게서 보호받고 싶고 형하고만 단 둘이 세상을 살아가는 게 여전히 불안한 어린 아이였을 뿐이다. 결국, 적당한 보호와 적당한 무관심이 아이들에겐 가장 바람직한 교육이 아니겠냐고 감독은 말하고 싶은 것 같다. 영화는 이렇듯, 균형된 시각으로 두 아이가 왜 서로에게 동변상련을 느끼며 영화만들기에 의기투합하게 되었는 지를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 준다. 하지만, 너무 많은 학교 아이들이 영화제작에 참여함으로써 윌과 리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영화는 만들어지고, 급기야는 영화현장에서의 우발적안 사고로 인해 리는 큰 부상을 당한다. 자칫 무산될 뻔했던 영화를 가까스로 수렁에서 건져 낼 수 있었던 것은 어떻게든 영화를 완성시켜야 한다는 윌의 불타는 의지와 리의 형의 뒤늦은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리의 형은 두 꼬마가 만들어놓은 영화의 가편집본을 우연히 보다가 동생 리의 자신에 대한 진심을 알게 되면서 영화의 후반부 대반전의 주역이 된다. 시종일관 유쾌한 코미디와 탄탄한 이야기의 힘으로 승부한 <데뷔작>은 윌과 리의 영화가 완성되는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예상하지 못한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오늘도 수많은 신인 감독들이 자신의 데뷔작을 들고 세상에 나오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은 냉정한 것이어서 어떤 이에게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단 며칠도 극장에 걸려보지 못하고 쓸쓸히 퇴장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누가 봐도 오랜 시간을 공들여 찍은 것이 분명하고, 감독 이하 수많은 스텝들의 노고가 저절로 느껴지는 작품들 조차 시장의 논리에 의해 쓸쓸히 사라지는 현실은 무척 견디기 힘들다. 세상의 모든 데뷔작들은 두가지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여 안전빵 연출로 일관한 데뷔작이고, 나머지 하나는 다소 무모하더라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감독 자신이 하고싶은 이야기를 풀어나간 데뷔작이 있다. 자, 그렇다면 당신의 진심이 가는 쪽은 어디인가? 윌과 리의 데뷔작은 바로 후자의 경우이다. 이 두 꼬마의 영화만들기가 때론 무모하고 때론 너무 어설퍼서 유치하기도 하지만, 나한테는 세상 어느 데뷔작 보다 훌륭해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지금이라도 그 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꼭 그들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영화만들기를 해보리라는 내 마음의 타임머신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늦어 버렸다. 내가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동생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고 영화를 대신 완성시켜 줬던 리의 형처럼, 세상의 모든 무모한 데뷔영화들에게 늦지 않았다고 한결같은 찬사를 보내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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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판타스틱 데뷔작(2007, Son of Ramb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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