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인 <옹박: 무에타이의 후예>의 토니 자는 영화 사상 (CG나 와이어 없이) 가장 높이 날 수 있는 남자였다. 시골에서 올라온 순박한 청년이었던 그는 오로지 뛰고 날면서 한편의 영화를 책임졌다. 몸으로만 할 수 있는 액션의 최대치를 보여주니 이야기가 단순하다는 허점은 눈에 띄지도 않았고 오히려 이 싸움이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이후 한국판 제목으로 <옹박>의 속편인 척했던 영화인 <옹박: 두번째 미션> 또한 토니 자의 가공할 능력들로 가득 채운 작품이다. 하지만 진짜 속편인 <옹박: 더 레전드>는 이들과 전혀 다른 야심을 품는다. 토니 자에게 전적으로 기대는 대신 서사적 구조와 비주얼에 공을 들인 것이다. 과연 전편에서 진일보한 선택이었을까? 아예 다른 영화였다면 모르겠지만 애써 ‘옹박2’라는 전제를 단 이상, 기대와는 어긋난 선택으로 보인다.
<옹박: 더 레전드>는 부제에 걸맞게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 속의 티엔은 운명적으로 전사가 되어야 하는 남자다. 그는 무기에 관한 철학을 터득하는 한편, 평화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어쩌면 1편에서 마을의 평화를 지키던 팅에 관한 ‘조지 루카스’적 속편일 수도 있다. 시대적인 배경과 함께 티엔에게 새겨진 임무는 전편의 무차별한 애크러배틱 액션을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1편의 남자는 도시에 떨어진 시골 남자라는 설정 때문에 그의 능력이 발휘될 때마다 더 큰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타고난 전사인 속편의 남자는 그 자체로 신화적인 인물이다. 영화는 유려한 고속촬영으로 그의 액션 하나하나를 담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속편의 액션은 ‘생짜’가 아닌 ‘SF’로 보인다. 무엇보다 온몸을 부숴가며 싸우던 전편의 주인공과 달리 ‘칼’을 들었다는 점이 액션의 차이를 결정짓는다. 이번 영화에서 연출까지 겸한 토니 자는 남들이 하는 것도 잘한다는 걸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 그 대신 자신이 지구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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