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롤링 스톤>과 밴드 ‘롤링 스톤스’의 세대가 아니라면 애니 레보비츠의 이름은 저널리즘과 르포르타주보다 패션과 커머셜에 가깝게 다가올 거다. 그리고 으리으리한 세트에 거대한 선풍기를 돌려 연출한 (그러나 확실히 눈을 사로잡는) 할리우드 스타일의 사진들이 먼저 연상될 거다. 해마다 <베니티 페어>의 커버를 장식해온 할리우드 배우들의 ‘떼샷’을 떠올려라. 애니 레보비츠는 그들 모두를 한달음에 카메라 앞에 세우는 권력의 소유자다.
20대에 사진기자로 출발한 그는 13년 동안 <롤링 스톤>의 커버를 촬영했다. 닉슨이 떠나는 쓸쓸한 백악관의 풍경, 나신의 존 레넌이 요코를 끌어안은 유명한 커버, 성(聖)스러운 어머니의 모습과 여인의 성(性)적인 매력이 공존하는 데미 무어의 만삭 누드 등이 그에게서 탄생했다. 물처럼 무리에 흘러들어 사진을 찍는 레보비츠에 대해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애니는 그곳에 없었다.” 한때 롤링 스톤스의 투어를 따르다 심각한 약물중독까지 겪었던 그의 삶은 <베니티 페어>로 경력을 이동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자연스러운 가운데 누구도 보지 못한 모습을 찾아내던 이전과 다르게, 인물이 가진 이미지를 드러내려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많은 유명인을 피사체로 둔 레보비츠의 명성은 거물급 증인들을 대동한다. 힐러리 클린턴, 안나 윈투어, 아놀드 슈워제네거, 믹 재거, 미하일 바르시니코프가 한번씩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그는 대단한 사람이 된다. “미국의 지성” 수전 손탁의 임종을 사진으로 남기며 증명한 둘 사이의 관계 역시 그렇다. 하지만 이 모든 증언들이 수박 겉핥기에 그쳐 애니 레보비츠라는 인물은 영화를 통해 한층 더 멀어진다. 그 얄팍함을 견디게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인물이 애초에 지녔던 거대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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