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천국>의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와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협연한 <언노운 우먼>은, 어두운 과거를 피해 도망치는 여자 이레나의 기구한 인생을 중심에 놓은 스릴러다. 러시아 출신의 크세니야 라포포트는 부스스한 머리칼의 이레나와 염색한 금발의 조지아, 두 역할을 동시에 연기했다. 이레나는 한때 조지아라고 불렸다. 속옷 차림의 여자들이 가면을 쓰고 3명씩 서면 벽 뒤에서 누군가 “저 여자가 좋겠어요”라고 속삭였다. 조지아는 그렇게 음식점의 메뉴처럼 선택됐고, 강간당하고, 임신하고, 아이를 빼앗기고, 그리고 또 몸을 내주는 악순환으로 젊은 날을 보냈다. 조지아에게도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랑은 결실을 보기도 전에 포주인 몰트(미첼 프라치도)에게 짓밟힌다. 당시 연인의 아이를 임신 중이었던 이레나는, 마지막 희망인 그 아이를 찾아 이탈리아까지 온 것이다. 그런데 조지아였던 과거를 일깨워주는 그림자 역시 그 뒤를 따라왔다.
빈곤한 소녀들이 창녀가 되는 과정은 잔혹하다. 포주는 길을 들이려고 때리고, 고문을 이기지 못한 소녀들은 뭐든 할 테니 살려달라고 빈다. “수당을 채우지 못할 땐 거꾸로 매달려 오줌을 맞았어요.” 영화 속 증언이 말하는 동유럽 매춘의 현실은 플리커 효과가 가미된 플래시백으로 제시된다. 정신없이 지나가버려서일까? 불쾌하기보다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국제적인 인권문제를 바탕에 둔 <언노운 우먼>은, 이레나의 범죄가 명백해질수록 그에게 마음을 기울이게 한다는 점에서 훌륭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생산력을 상실한 여자가 아이를 찾으려는 것도, 그 아이를 모질게 대하면서까지 ‘홀로서기’를 가르치려는 의도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흠잡기 어려운 이 영화를 향해 박수 칠 수 없는 이유는 다급하게 정리해버리는 결말에 있다. 겹겹이 싸인 수수께끼를 ‘인간애’라는 광범위한 가치를 내세워 해결한다. 조금 더 긴 호흡의 영화로 만들어졌더라면 스릴과 서스펜스가 제몫을 하지 않았을까. 2007년 이탈리아의 도나텔로 어워드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음악상을 휩쓴 인기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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