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두개의 인트로로 보이는 장면들로 문을 연다. 하나는 일본에서 한 부부가 불안한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고, 다른 하나는 정신병동으로 보이는 장소에서 한 소년이 의사를 향해 자신을 믿어 달라 외쳐대는 장면이다. 결과적으로 이 두 장면은 한 사건의 전과 후인데 영화는 앞으로 벌어질 일의 발단이 이 두 인트로에 있음을 친절하게 보여준다. 일본에서 끝나지 않은 저주가 미국에서 한 소년을 이미 벼랑 끝까지 몰고 갔고 그 저주는 앞으로 더 많은 죽음과 비극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것. 거리와 시간을 초월한 호러는 동양의 방식을 그대로 가져왔다.
원작인 <주온>의 테마는 풀리지 않는 저주였다. 비극이 벌어진 저택의 문을 나와 황량한 도쿄의 거리를 훑는 카메라는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불안감을 몸속 깊이 전해줬다. 사람에게서 시작됐으나 사람의 힘으론 해결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원혼은 허공을 불안하게 흔들었다. 이 테마는 3편인 <그루지3>에서도 이어진다. 억울한 죽임을 당한 자가 한 장소에 모이고 그곳에서 저주가 태어난다. 제작이 할리우드 스튜디오인 만큼 무대가 미국의 시카고로 바뀌었을 뿐이다. 한 가족의 치명적인 비극은 바다를 건너 미국에서 다시 시작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바다를 건넌 동양의 원혼은 기대 이하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원작의 또 다른 버전이나 어느 한 장면 무서운 게 없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영화에서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다. 주인공들이 귀신과 맞닥뜨리는 장면이나 귀신에게 쫓기는 장면들이 전혀 밀도없이 완성됐다. 엉성하게 몰고 간 공포감이 허무하게 터지는 식이다. 라텍스 소재 인형처럼 변형된 귀신은 그저 우습기만 하고, 이미 수십번 패러디돼 개그 프로그램에서조차 새롭지 않은 구체관절귀신의 이동신은 지루하다. 귀신이 맥스에게 빙의된 뒤 벌어지는 후반부의 전개도 게을러 보인다. 저주의 3번째 부활은 맥없이 끝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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