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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작인 <퍼니 게임>은 매우 당혹스러운 영화였다.
예의바른 언어를 구사하는 멀쩡하게 잘 생긴 중산층의 젊은이들이 가족 구성원 세 명을 농락하다가 다 죽여버리는 이 영화는 말하자면 호러 영화였지만, 쫓고 쫓기는 아슬아슬한 스릴의 쾌락은 거세되어 있었다. 말하자면 <쏘우>나 <호스텔>같은 '고문 영화'들의 스승 격인 것 같지만, 2007년작 <퍼니 게임>이 그러한 것처럼, 1997년작 <퍼니 게임> 역시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에 사용되는 클래식 일부와 듣기 불편한 데스 메탈 음악 외에는 음악 사용이 없고 어떤 주관적 영화 시점도 찾아보기 힘든 과묵한 촬영 스타일 역시 관객의 감정 이입을 배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건 10년이 지나 미국판으로 만들어진 <퍼니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더 잘 알려진 배우들 -나오미 왓츠, 팀 로스, 마이클 피트-이 등장하지만 역시 게임의 규칙은 마찬가지로, 이 '웃기는 살인 게임'의 승자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 97년작처럼 위기에 몰린 가족들이 게임에서 이겨 살아날 가능성은 없으며, 관객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죽은 나쁜놈 리모콘으로 돌려 되살리기는 이 미국판 <퍼니 게임>에서도 여전하다.
하지만, 그들의 이 '불패의 게임'은 이제 그다지 불합리해 보이지는 않는다. 극심한 자본주의적 경쟁 게임이 일상화된 이 사회에서, 이 결과가 정해진 게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공손한 어조로 말하지만, 끔찍하게 무례하고 지독하도록 여유있는 게임의 승자들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권력'의 이름으로, 또는 '자본'이라는 이름으로 늘 승리해 오곤 했다. 이 지독한 승리자들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처럼 어느 날 갑자기 방문해 모두를 박살내 버리곤 하지 않았던가?
IMF와 불황 그리고 실업의 그늘은 그렇게 예고 없이 찾아와 결코 되돌릴 수 없는 필패의 끔찍한 게임에 던져놓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기억이지만, 1997년작 <퍼니 게임>은 비디오로 본 기억이 있고 꽤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영화였다. 2007년작 <퍼니 게임>은 DVD로 보았다. 호젓한 중산층 별장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 속 풍경은 쓸쓸하긴 하지만 깔끔하게 묘사되어 있고 음향 효과로 가득 찬 5.1채널의 음향 역시 훌륭한 편이다. 하지만 서플먼트가 전혀 없다는 점이 아쉽다.
이 영화의 감독 미카엘 하네케는 1997년에는 새로운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유럽 영화계를 이끄는 거장 감독이시다. 하긴, 그때도 이름이 생소해서 그렇지 평단에서는 유명한 감독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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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니 게임(2007, Funny Games U.S.)
배급사 : 스폰지
수입사 : 스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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