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잎이 흩날리는 이 가을에 딱 어울리는 영화였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극중에서 템즈강변에 낙엽이 많이 날리더군요.
어찌어찌 살다가 보니 해 놓은 것 없이 나이만 들어 어느덧 초로기에 접어든 중년이 되어 버리고 사랑하는 딸 그리고 아내와 갈림길에서 손을 흔들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 더스틴 호프만.
그는 말 그대로 사회적 루저로 스크린에 비쳐집니다. 그가 외동딸의 결혼식 참석차 런던에 머물게 되면서 급작스런 해고통보로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고 설문조사원으로 일하는 또다른 상처입은 외로운 꺽다리 중년 여성 엠마톰슨을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썩 맘에 들지는 않지만, 더스틴호프만의 유우머에 점차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더스틴 호프만이 헤어진 가족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아빠로서 괴로와하고 있을 때 엠마톰슨은 어느덧 그에게 커다란 기쁨이자 위안이 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설득으로 둘은 함께 딸의 결혼식 피로연에 참석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더욱 가까와 집니다.
밤 새워 춤을 추고 다음날 정오에 다시 보기로 약속하고 헤어집니다. 하지만 부동맥환자인 그는 숙소인 호텔의 계단을 오르다 그만 심장발작으로 쓰러지고 병원에 묶이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엠마톰슨은 약속된 장소에서 기다리다 실망감을 안고 이제는 잊어야겠다는 각오를 하며 쓸쓸히 돌아서 갑니다.
그 후 퇴원한 더스틴호프만은 어렵게 그녀를 찾아내게 되고 마음의 상처로 거부하는 그녀를 설득해서 결국 그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키가 몹시 컸던 그녀는 신었던 하이힐구두를 벗고 더스틴과 키를 맞추며 낙엽이 쌓인 템즈강변을 함께 걸어갑니다. 장면은 점점 아련히 멀어지더니 이내 도시의 가을 전체를 보여줍니다. 가을임을 상기시키려는 듯 잔잔한 음악과 함께...
이 영화에서 엠마톰슨과 더스틴 호프만은 완벽하게 조합된 앙상블 연기를 보여줍니다.
가슴이 따뜻해 지고 혹시나 외로운 이들에게 다시 사랑을 시작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왜냐면 죽고싶은 정도로 외로운 사람들도 둘이 되면 다시 행복해 진다는 해답을 영화가 제시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쓰는 내내 중년의 나는 미소를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가을이 가기 전에 이 영화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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