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시간만에 끝내고 술푸러 가자던 그들... 뭔가 이상하고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 ...
매년 수천명씩의 실종자가 발생한다는 험란하기 짝이 없는 발칸반도. 해발 1,750M 높이의 산악지대에서 벌어지는 사투가 압권인 영화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였고 극적 연출을 위해 약간의 연출이 합쳐진 미스테리 영화입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없어진다는 곳을 왜 가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지만 도전 욕망과 정복의 쾌감을 위해 지금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목표가 되는 그곳에선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어쩌면 그 미스테리에 답일 수 있는 5명의 실종 이야기를 기초로 최악의 코스를 촬영하기 위해 전 스태프까지 6개월간 훈련을 받고 함께 등반을 하면서 촬영을 했다는 비하인드 장면을 통해서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신나는 등반을 위해 차로 향하는 그들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하이레인>은 초반부터 다른 영화와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카메라가 그들 전체의 이동을 보여 주는 일반화된 장면과 그들의 눈으로 보는 듯한 시선이 많이 등장합니다. 가령, '악마의 다리'를 건너는 상황에서 로익의 불안한 시선을 관객이 보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화면이나 누군가에게 끌려가는 상황에서 희생자를 원거리로 촬영하기 보다는 끌려가는 사람의 시선을 화면에 담아 마치 자신이 끌려 가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데요.. 이를 위해 레드원 카메라를 이용했다고 합니다. 이런 화면 구도는 흡사 예전 1인칭 슈팅 게임처럼 내가 직접 움직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방식은 앞으로의 화면에도 빈번히 사용되어 관객에게 마치 지금 벌어지는 상황이 자신이 겪는 상황처럼 느껴지게 하는 극한의 긴장감을 줍니다.
외적인 부분의 특징과 함께 각 인물들의 내면 심리도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괴수에 쫒기는 장르의 영화에서 등장인물은 각자가 그저 희생양일 뿐 각 인물들간에 서로 얽히고 갈등을 조성하는 인물 구도는 흔치 않습니다. 닐 마샬 감독의 <디센트>에서처럼 동굴 탐험을 떠난 친구들이 동굴 속 돌연변이와 벌이는 사투 속에서 자신의 남편과 바람 난 친구와의 미묘한 구도를 접목시켜 또 다른 긴장감을 유도시키는 설정이 <하이레인>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끌로에를 두고 로익과 기욤의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그들의 갈등은 험란한 등반이 될 수록 갈등이 점차 고조되어 급기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폭발해 그들을 더 큰 위험으로 빠트리게 되는 사건으로 발전합니다.
또한 인물 설정에서도 끌로에와 리더인 프레드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끌로에는 자신이 살리지 못한 환자의 잔상이 간간히 보여 지며 자신이 살리지 못한 목숨 때문에 그녀의 불안한 심리 상태가 은연중에 암시되다가 결정적 순간에 그 심리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부릅니다. 리더인 프레드에게는 이번 산행의 책임자로 이미 등반 루트가 막혔음을 알면서도 친구들을 데리고 왔다는 죄책감으로 인해 동시에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결국 자신을 희생하는 비운의 인물이되기도 하구요.
<하이 레인>은 초중반부 험란한 지형과의 사투가 중심이 되다가 악마의 다리를 지나면서 사투 대상이 알 수 없는 괴수로 전환되며 또 다른 국면을 맞습니다. 커다란 덫과 날카로운 창이 꼽혀진 함정등으로 등반 대원은 하나씩 심각한 부상을 당하고 어디론가 끌려갑니다. 남겨진 사람들은 어쩔줄을 모르고 어디로, 무엇을 피해 도망가야 할지 모릅니다. 관객은 언제 또 다른 함정이 튀어 나올지 모르는 극도의 불안감은 갖고 그들의 불안한 행동을 보며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드디어 괴수의 모습이 공개되고 싸움이 벌어지면서 지금까지 살인마를 다룬 영화와는 달리 조금은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괴수에 모습에 간혹 실소를 터뜨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미 탈진과 극도의 불안으로 기력을 잃은 그들은 쉽지 않은 싸움을 하며 마지막 절정으로 향하게 되죠.
결국 행방불명을 일으킨 장본인이 괴수라는 건가... 그런 괴수가 너무 약하다는 등의 느낌을 갖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하이레인>은 독특한 카메라 촬영 기법과 깍아지른 절벽에서의 사투 그리고 인물간의 예상치 못한 갈등이 부른 결말은 이 영화만의 장점이자 색다른 차별화된 시도였습니다. 상영시간도 90분 정도로 짧고 간결하게 보여 줄 것만 보여준 채로 정리하기에 지루할 틈도 없기에 지금까지와 다른 색다른 공포 스릴러를 느껴보고 싶은 분들께 어울릴 영화가 될것입니다. 산을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그렇게 많은 인명 사고가 나는 곳을 알면서도 왜 가려는지 알 수가 없을 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