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슬픔에 가득 찬 이 영화의 거의 모든 정서는 각본과 배우의 연기에서 오는 것 같다. 무언가 허전한 것 같은, 그럼에도 맥락을 놓치지 않고 흘러가는 이 영화의 이야기는 집을 떠난 스탠리 가족의 여행을 그리는 한편, 스탠리 필립이라는 한 가장의 심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딸들은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엄마가 죽은 것도 아버지가 그로 인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도 알지 못한다. 스탠리는 집 전화기에 남겨진 아내의 목소리를 듣고 홀로 말할 뿐이다. 감독과 각본을 겸한 제임스 C. 스트로즈는 전쟁의 참상과 그 결과에 관하여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우회적으로 강력하게 비판할 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
주인공 스탠리 역의 존 쿠색은 성심을 다해 연기한다. 퉁퉁하게 불어난 몸에, 의지라고는 없어 보이는 눈빛. 그저 매일을 성실한 대형마트의 관리직으로 살아가는 것이 몸에 밴 남자 스탠리 필립을 존 쿠색이 연기하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 그는 연기를 하기 전에 영화 속 인물처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슬픔을 이해하려 했으며 그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스탠리는 전형적인 보수주의 애국자로 그려지는데, 그건 이 영화의 현명한 선택이기도 하다. 한때 너무 군인이 되고 싶어 나쁜 시력을 속이면서까지 군에 지원했던 스탠리가 군에서 쫓겨나기 전 만나게 된 여인이 지금의 죽은 아내이고 그녀가 이라크에서 죽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 처한 남자를 존 쿠색이 과장하지 않고 동시에 무디지도 않게 연기해내는 것을 보는 건 삐딱했던 청춘스타 존 쿠색을 보아온 이들에게는 새로운 감흥을 준다.
가을용 멜로드라마라는 생각에서 뒤늦게 개봉하게 된 것이겠지만 강력한 정치발언자이자 할리우드의 양심 중 하나인 배우 존 쿠색은 이라크에서 죽어간 미군 병사들의 애꿎은 죽음을 애도하며 이 영화를 제작했고 2007년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음악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맡았다. <굿바이 그레이스>는 일종의 슬픔에 가득 찬 가족드라마이며 로드무비이고 동시에 반전영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