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영화 도전이 더이상 새로운 이슈는 아니라 하더라도 영화 포스터에 큼지막하게 찍힌 그 이름에 눈길이 멈추는 건 어쩔 수 없다. <천국의 우편배달부>는 영웅재중의 이름에 크게 기댄 영화다. 영화의 주요 타깃층은 당연히 영웅재중 혹은 동방신기의 팬들이다. 그들에겐 ‘영웅재중이 연기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그가 기대치 않은 호연을 펼쳐 진짜 영웅이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서툰 연기를 선보였다 하더라도 영웅재중은 언제나 그들 마음속의 영웅이다.
문제는 감동 멜로드라마를 예상한 일반 관객이 <천국의 우편배달부>를 봤을 때 발생한다. 14일 동안 재준과 하나가 천국에 편지를 배달하고 답장 전달 작전을 실행한다는 이야기는 참신하지는 않아도 관객의 감수성을 건드릴 만한 부분이 존재한다.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연출했던 이형민 감독과 드라마 <롱 베케이션> <오렌지 데이즈>의 각본을 썼던 일본의 기타가와 에리코 작가 역시 머리로 이해하는 영화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무지 감정이입되지 않는 캐릭터, 낯간지러운 대사,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기를 어떻게 두 시간 동안 견딜 것인가. 영웅재중의 발성은 답답하고, 한효주는 혼자서 아등바등하는 느낌이다. 김창완, 신구, 주진모 등 훌륭한 조연들이 순간순간 영화에 광을 내주지만 전체와 조화롭지 못하다. 영화의 후반부 재준의 실체가 밝혀지고 이야기의 아귀가 맞물려야 하는 지점에선 급기야 실소가 터져나온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판타지로 폭넓게 소화하는 일본의 문화와 달리 우리에겐 그런 소재가 아직 낯설다. <천국의 우편배달부>는 일본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고 한국 감독이 연출하는 ‘텔레시네마7’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