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분식>은 다른 말로 하면 ‘마포일기’다. ‘불안해’를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20대의 힙합 뮤지션. ‘사생활 없고’, ‘돈 안되는 고민’만 하는 지역 활동가. 비싼 커피값에 화들짝 놀라면서도 백반 500원 가격인상은 주저하는 분식집 사장님. <샘터분식>은 마포 일대, 홍대 근처에서 살고 있는 세 사람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일기라고 했지만, 카메라는 내밀한 속사정까지 죄다 들추진 않는다. 주부였던 분식집 사장님이 무슨 연유로 식당을 열게 됐는지 알 수 없다. 힙합 뮤지션이 음반 출시를 앞두고 왜 굳이 토익 시험을 보러 가야 하는지 캐묻지 않는다. 잔류냐 탈당이냐, 지역 활동가가 복잡한 심경을 ‘음…’이라고 눙칠 때 카메라는 그냥 그 상황을 묵묵히 바라본다.
<샘터분식>은 주인공들의 사연을 끌어내는 대신 그들을 감싸는 공기와 냄새와 풍경을 모은다. 누군가는 그들의 삶을 무가치한 노동, 내일 없는 열정, 불가능한 저항이라고 하겠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서 그들은 ‘봄’을 꿈꾼다. 후반부. 옥수수 할머니가 데워놓은 신문지를 누군가가 잠시 깔고 앉아 엉덩이를 녹인다. 그들의 ‘행복’은 거창하지 않다. 딱 그만큼이다.
<샘터분식>에선 전작 <필승 ver2.0 연영석>부터 예고됐던 태준식 감독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깊숙이 들어가 세상과 싸우는 대신 그는 거리를 두고 세상을 어루만진다. 정치인들의 거짓 약속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밝게 웃고 싶으나 주먹을 쥐게 만드는 세상’인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더 오래 싸울 심산으로 변화를 기꺼이 택한 듯하다. 부산국제영화제, 광주인권영화제, 인디다큐페스티발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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