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 정말 이상해졌네.” 슈퍼마켓에서 목판두부를 팔지 않다니, 식당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다니. 망치로 때린 것도 아니고 그냥 주먹으로만 사람을 쳤을 뿐인데 경찰서에 끌려가다니. 주영광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망나니질하다 콩밥 먹게 된 사연이야 과거지사 아닌가. 마냥 코흘리개로만 봤던 막내동생마저 자신의 술잔을 거부하고 버럭 화를 낼 때는 정말이지, 주영광 돌 것만 같다. 하지만 감옥에서 보낸 시간이 허송은 아니다. 한편으론 이상해진 동네가 그에게 갱생의 기회이기도 하다. 주영광은 지금은 허허벌판이나 소 한 마리와 나무 몇 그루 심어두고 가만 기다리고 있으면 이내 금싸라기가 될 것이라는 땅을 매입한 뒤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소일한다. 심심하면 ‘재개발 반대’를 외치는 이들을 실컷 패주거나 용돈벌이로 가짜 기름을 팔면 된다. 불법도 법이라고 외치면서.
담배를 피워 문 굳은 표정의 주영광을 맨 먼저 마주했을 때, <낙타는 말했다>는 한없이 어두운 영화처럼 보인다. 내세울 것 없는 주영광의 보금자리는 곧 허물어질 것이며, 인생 역전을 꿈꿨던 남자의 얼굴 또한 결국 일그러질 것이라는 예상은 틀리지 않는다. ‘주’‘영광’이라는 남자가 이 땅에서 거룩하신 주님의 은총을 받을 수 없음은 환청처럼 들려오는 비행기 소리에서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낙타는 말했다>가 ‘나쁜 세상’, ‘착한 남자’라는 뻔한 구도를 들여와 보는 이를 불편하게 하는 영화는 아니다. 나쁜 세상에는 꼭 그만큼만 나쁜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주영광의 어이없는 죽음 뒤 기적 아닌 기적이 도래할 때 받게 되는 묘한 느낌은 거기서 나오는 듯하다. 주영광 역의 김낙형은 <지상의 모든 밤들> <민들레 바람되어> <맥베드>를 연출한 연극인 출신. 종잡을 수 없는 폭력과 웃음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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