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감독 자신의, 그리고 우리 20대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감독 또한 그저 평범한 취업준비생 이었으나, 연달아 취업에 실패하고,
대학동아리 형들과 함께 이 영화를 기획했다 한다.
영화를 찍으려고 부모님께 수백만원을 빌리기도 했다고...
감독의 그런 힘겨운 배경이 있어서인지, 영화의 유머는 B급정서와 풍자로 가득하면서도
그 안에 뼈대가 단단하게 서 있는 느낌이다.
백수들은 처음에는 무기력하고, 서로 갈등만 일삼으나
그 피리일당(정체불명의...)이 던져준 유리병을 받고 난 뒤 전환점을 맞는다.
그 피리일당들도 포인트맨을 물리친 뒤의 두 백수들도
유리병을 던져주기만 할 뿐 직접 도와주지는 않는다.
아마 다른 백수들(어쩌면 관객)도 그들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고 일어나기를 원한것 같다.
악당인 포인트맨도 알고보면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이다.
그는 자칭 은하계의 지배자이지만, 사실은 론리스타금융회사의 말단 영업사원일 뿐이다.
게다가 못생겼고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한명 없다.
그 또한 그런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그런 자신에 대한 컴플렉스와 자기비하가 엄청나다.
세명의 백수들이나, 포인트맨이나,
사실 루저인건 마찬가지인거다.
인터넷이 무시무시하게 발달한 지금,
우주에 홀로 떨어진 자취방과
현실세계에서 집안에 틀어박혀 컴퓨터나 보고있는 우리들.
다를 건 없다고 본다.
어쩌면 우리는 세상이라는 큰 우주는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이 좁은 방구석에서 잉여력이나 충전시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그런 우리에게 방 한 구석에 앉아서 쉽게 세상을 이야기하지 말고
밖으로 뛰쳐나오라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난 감히 이 영화를
덕후들의 명작 '에반게리온'에 필적하는
폐인or덕후 계몽영화라 칭하고 싶다.
힘들고 지칠때, 좌절할 때마다
왠지 굳은 표정으로 자취방 문을 열고 집 밖을 나서는 두 백수들이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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