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맨 리턴즈>의 슈퍼맨 칼 엘이 로이스 레인과의 사랑을 온전히 이루지 못했던 까닭이나 <엑스맨>의 로그가 남자친구와 제대로 된 키스 한번 나눌 수 없었던 까닭은 그들이 남다른 능력을 가진 존재라서다. 남다른 능력 때문에 그들의 삶은 처음부터 비극을 품고 있다.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에 등장하는 제니 존슨(우마 서먼) 역시 남다른 존재다. 매트 선더스(루크 윌슨)는 자신의 여자친구 제니가 고상하고 똑똑한 여성인 줄로만 안다. 제니 존슨의 정체는 하늘을 붕붕 날고 건물 벽도 뚫어버리는 슈퍼우먼 G걸. 그녀는 매트에게 푹 빠져 자신의 비밀을 슬쩍 알려준다. 둘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능력 차’ 때문에? 아니. 성격 차 때문이다. 매트는 자기 여자친구가 슈퍼우먼이라는 사실에는 기뻐 흥분한다. 매트가 못 견디는 것은 그녀의 예민하고 집착적인 성격. 이별을 통보받은 제니는 불같이 화를 내며 슈퍼파워를 이용해 남자친구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겁나는…>에서 슈퍼히어로 G걸의 삶은 ‘다름’에서 빚어지는 비극이 아니다. 오히려 그녀에게 우월감을 심어준다. 학창 시절 왕따였던 그녀는 초능력을 얻고 나서 인생이 폈다. 그러나 <겁나는…>을 최근 몇년간 할리우드 감독들이 경쟁적으로 만들어온 성찰적인 슈퍼히어로물에 대한 반발이라고 보긴 곤란하다. 이 영화에서 초능력은 말 그대로 단순하게 ‘대단한 능력’이다. <겁나는…>은 그저 슈퍼파워를 소재 삼은 로맨틱코미디다. 철저히 감정적이고 사심으로 똘똘 뭉친 G걸을 보면 웃기긴 하지만 거기에 의도적인 패러디는 없다.
로맨틱코미디물로 봐도 대단히 새롭거나 즐겁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제니를 짝사랑해온 베들램 교수(에디 이저드)와 매트의 직장 동료 한나(안나 패리스)가 매트-제니 사이에 끼어들면서 <겁나는…>의 사각관계는 모두에게 공평한 엔딩에 이르는데 그 과정에 공감할 만한 동기가 없어 러브스토리로서는 헐겁고, 좌충우돌 벌어지는 코믹한 상황은 신선하지 않은 과장을 보여준다. 주연배우 우마 서먼도 조금 아쉽다. <킬 빌> 시리즈로 독보적인 여성캐릭터를 구축한 그녀의 매력은 과장된 에피소드들 사이에서 별다른 빛을 내지 못한다. <겁나는…>은 <에볼루션> 이후 아이반 라이트먼 감독이 만든 5년 만의 신작이다. <고스트 버스터즈> <트윈스> <데이브> 등에서 괴짜스러운 서민 캐릭터를 보여준 예전의 재치와 감각을, 그는 많이 잃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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